외무부의 적당주의가 끝내 화를 자초했다. 13일 속개된 북서태평양해양보전회의에서 외무부는 그동안 논란을 빚어온 「일본해」표기를 없애기는 했으나 우리의 「동해」를 되찾는데는 실패했다. 문제가 된 이번 회의의 논의과정을 자세히 살펴보면 외무부는 「입이 열개라도 할 말이 없는 처지」가 돼버렸다. 처음으로 돌아가면 이번 회의의 주무부서인 외무부 국제경제국이 지난해 11월 마련된 「해양보전에 관한 실천협약」초안의 「일본해」표기를 눈감아준게 화근이 됐다. 국제경제국의 해명은 이 회의가 동해의 표기를 국제법적으로 정하는게 아닌만큼 표기문제로 회의를 지연시킬 수 없었다는 것이다. 즉 『이번 한번만 일본해표기를 묵인해도 좋을 듯하다』는 판단을 했다고 강변하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안일한 발상에 국민의 따가운 시선이 집중된 것은 물론이고 외무부내에서도 비난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특히 동해표기문제를 2년전 「유엔 지명표준화회의」에 제기, 한일간의 협의를 통해 문제를 매듭짓도록 한다는데까지 일을 진척시켜 놓았던 국제연합국에서는 기가 막힌다는 반응이었다.
일이 이 지경에 이르자 외무부는 부랴부랴 일본측과 비공식 협의라는 이름으로 담판을 벌여 동해도 일본해도 아닌, 위도와 경도등 숫자로 표기하는 방식으로 타협했다. 나라의 자존심이 걸린 사안에서 외교가 스스로 정정당당함을 잃고 편법의 길을 택한 것이다. 물론 동해표기문제는 이번 회의가 결정할 사안이 아니고 유엔의 권고에 따라 앞으로 한일 당사국이 협의해야 할 것이라는 말은 맞다. 하지만 한일간의 본격 협의도 시작하지 않은 마당에 우리의 목소리가 움츠러들 수밖에 없는 상황을 초래한 것은 무슨 말로도 변명이 안된다.
또하나 짚고 넘어가야할게 있다. 안이함에 빠져 종합판단을 하지 못한 외무부의 한 부서도 문제지만 이런 일이 벌어지기까지 외무부내에서 아무런 문제제기가 없었다. 자기 부서가 맡은 일이 아니니 끼어들기 싫다는 복지부동의 탓이었을까. 문제가 되고 나니 소잃고 외양간 고치는 식으로 흥분한 외무부의 다른 부서들도 역시 책임을 면키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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