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너무 성숙한 여고생」 오히려 어색 30대 여고생. SBS TV「사랑은 없다」(조희극본 오종록연출)의 화영(황신혜)과 소진(최명길)의 모습이다. 외모때문만은 아니다. 교복을 입고 다녔던 70년대말 가치관과 성격이 판이한 여고생 3명이 엮어내는 사랑의 갈등을 축으로 얘기가 전개되고 있는 이 드라마에서 그들은 성숙한 여인의 정신세계를 드러낸다.
극단적 이기주의자인 18세의 화영은 성직자의 길을 꿈꾸는 명원(이진우)을 좋아한다. 거침없는 성격탓이긴 하지만 난생 처음 가져보는 감정으로는 그 표현이 너무나 어른스러워 양갈래로 땋은 머리, 하얀교복을 입은 여고생이란 느낌을 잊게 한다. 정반대의 인간형인 소진 역시 어색함을 지울 수 없다. 수줍음을 많이 타는 성격이면서도 자신의 운명을 개척해 나갈 인물이란 예감을 주지만 현재 그의 이해의 폭은 아무래도 나이를 웃돌고 있다.
이들 두 사람은 극중 인물과 배역의 연기특성이나 이미지를 감안할때 더없이 잘 맞아 떨어진다. 아마 드라마가 성인시대로 접어들면 이들의 진가가 발휘될 것이다. 그러나 시기적으로 너무 일찍 등장했다. 이전에 나왔던 10대 연기자들, 신인급들이어서 연기의 매끄러움은 부족하지만 그래서 오히려 자연스럽고 사실감있는 그들을 너무 일찍 퇴장시킨건 아닐까.
연출자로서는 시대에 따라 두 인물이 연결돼 등장할 때 자칫 먼저 등장한 인물의 이미지가 강하면 뒤에 나올 연기자의 이미지 구축이 어렵고, 지명도 높은 연기자에 대한 기대가 컸기 때문에 서둘렀는지 모른다. 실제보다 나이가 많은 역할은 연기력과 분장으로 해낼 수 있지만 그 반대로 거슬러 올라가는 일은 쉽지 않다. 이를 알고도 조급하게 서두른 제작진의 실수가 「사랑은 없다」의 초반 전체의 리얼리티를 크게 떨어뜨리고 있다.【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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