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서 808.10원으로 출발한 원화의 대미달러화환율은 지난 8개월동안 약0.9% 평가절상되었다. 이중의 절반은 지난 8월하순부터 급속하게 오른 것이다. 9월들어서 환율은 800원선에 접근하면서 마치 심리적인 저지선을 무너뜨리기 위해 힘을 축적하고 있는 듯한 양상이다. 연말까지 환율이 어떤 수준에 이를지는 확실치 않으나 원화가 절상될 것이라는 견해가 일반적이다. 외환전문가들은 대체로 금년내에 790원선으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어쨌든 이제 우리 경제가 성숙되어 감에 따라 환율은 종래와는 다른 움직임을 보일 것이며 정책당국의 환율정책운용도 전과는 같지 않다.
과거에 원화환율의 움직임이 비교적 안정적이며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했던 것은 그럴 만한 이유가 있었다. 우선 정부가 자본이동을 엄격하게 규제하는 가운데 환율정책은 오직 수출증대만을 목표로 운용되다시피 했다. 따라서 수출이 불진하거나 무역적자가 과도하게 늘어나면 원화를 평가절하해 왔다.
그후 무역수지가 개선되고 마침내 80년대 후반에 상당폭의 흑자로 돌아섰을 때에도 정부는 국내산업 특히 수출산업을 보호하기 위해서 외환시장에 개입하고 환율의 평가절상을 지연시켰다. 이 때문에 미국으로부터 「환률조작국」이라는 비판을 듣기도 했다.
그러나 점차 외환시장 개입을 통한 환율 결정은 어렵게 되었다. 특히 우루과이라운드협상 타결이후 수출및 산업지원을 위한 보조금성격의 정책지원은 원칙적으로 안되게 되었다. 환율조작을 통한 수출지원이나 수입억제도 마찬가지다.
게다가 자본시장 개방에 의한 외국인 증권투자 자금유입 또한 커다란 환율교란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는 당초의 계획대로 금년내로 외국인의 증권투자 한도를 더욱 확대할 방침이다. 다시 말해서 하반기의 외국자본 유입이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이같은 외국자본의 유입은 무역수지에 관계없이 평가절상을 초래하는 경향이 있다. 따라서 최근 우리 경제는 무역수지가 큰 폭으로 적자를 보이는데에도 불구하고 원화가 평가절상되고 있다.
그러나 평가절상을 억제하려고 해외에서 들어오는 자본을 한국은행이 매입하면 통화량이 대폭 늘어나 통화관리가 더욱 어려워진다. 외환 유입으로 생기는 총수요 압력을 완화하기 위해서 어느 정도의 평가절상은 이제 불가피한 실정이다.
무엇보다도 하반기에 예상되는 인플레 압력을 진정시키고 국내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조치중의 하나로 원화의 절상을 수용하는 방향으로 운용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어차피 과거와 같이 수출지원을 위해서 정부가 환율 결정에 개입할 수 없게 된 이상 완만한 원화절상은 이제 기업들이 경영혁신, 기술개발등으로 흡수해야만 한다. WTO체제아래에서 무한경쟁이란 실제로 원화절상으로도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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