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의 달」이 실종됐다. 9월은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의 규정에 의해 마련된 첫 독서의 달이지만 이를 아는 사람 조차 드물다. 매년 9월에 갖던 독서주간을 올해부터 달로 확대한 것은 국민들의 독서열을 그만큼 확산시키자는 뜻을 담고 있으나 제정 첫해부터 유명무실해지고 있는 것이다. 7월25일부터 시행된 도서관 및 독서진흥법 제48조엔 국가는 국민들의 독서의욕을 고취하고 독서의 생활화 등 독서진흥활동에 대한 국민들의 적극적인 참여를 유도하기 위하여 독서의 달을 설정한다고 규정돼 있다. 동법 시행령 제36조는 매년 9월을 독서의 달로 한다고 정했다.
정부가 이처럼 법을 제정하고 독서의 달까지 정한 것은 지난해 「책의 해」를 계기로 조성된 책에 대한 관심을 독서로 접목시키기 위한 것이었다. 국민들이 반강제로라도 책을 읽지 않으면 견딜 수 없도록 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지만 현재로는 그 실천 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까지 가졌던 「독서주간」에는 짧은 기간이었지만 그런대로 행사도 밀도있게 하고 나름대로 홍보도 했었다. 독서주간이 됐다는 사실 정도는 알고 지냈으나 금년 독서의 달은 추석분위기에 파묻혀서인지 홍보도 안되고 국민들의 관심도 시들하다.
서늘한 바람이 부는 9월부터 독서의 계절이 시작된다고 한다. 이말도 이젠 옛말이 됐다. 오히려 책을 멀리하는 계절, 행락의 계절이 되고 있다. 서점 출판관계자들은 추석연휴가 3일간이 된 후부터 이런 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고 한탄한다.
올해도 예외는 아니다. 연휴가 4일이나 돼 온통 관심은 나들이에 쏠려 있다. 우리나라 대표적인 서점인 교보문고의 1일 판매도서가 8월엔 3만∼4만권이었던 것이 독서의 달인 9월엔 2만5천권 정도로 뚝 떨어진 사실이 이를 상징적으로 말해준다.
정부는 법이 제정되면 그 취지를 살리는데 힘써야 한다. 첫 출발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법의 제정이 제기됐을 때 가장 개인적인 행동인 독서를 법으로 강요한다는 것은 무리란 의견이 만만치 않았으나 독서의 생활화를 위해서는 필요하다는 주장이 강해 제정하게 됐다.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강력한 독서관계법을 가지고도 골목길 도서관설립 권장과 범국민적인 독서문화창달 등의 시책을 제대로 펴지 못한다면 「21세기 정보화사회를 슬기롭게 대처하는 국민적 능력을 배양하고 정신문화의 기반을 다진다」는 독서의 달 제정의 의의는 물론 이 법의 사문화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
국민들도 행락도 좋지만 독서가 생활의 바탕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오죽 책을 안읽었으면 이러한 법을 제정했겠는가. 독서의 달이 국민적 축제가 되게하고 독서를 생활화하는 것은 모두 국민들의 몫이자 국민들을 위한 것임을 잊어서는 안된다. 좋은 책 한권은 인생을 바꾼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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