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득계층 반발 일축… 깐깐한 나라살림 터키 경제인들에게 탄수 실레르총리(48)는「강철의 미소를 지닌 여성」으로 불린다. 지난해 6월 여성의 활동이 극히 제약된 회교권에서 최초의 여성총리로 취임해 화제를 모은 그녀가 최근 개혁의 칼을 본격적으로 휘두르면서 기득계층의 반발에 무릎꿇기는 커녕 갈수록 강도를 더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녀는 지난해 선거공약대로 대대적인 개혁에 착수해 지난봄 정부지출삭감, 공무원임금 전면동결, 국영기업 민영화등 충격적인 긴축경제정책을 내놓았다. 재정적자를 조금이라도 줄이려고 지난봄 넬슨 만델라남아공대통령의 취임식에 정부대표단을 파견하지 않았을 정도.
그러나 급진개혁으로 도산과 실업이 급증하고 높은 인플레와 고금리가 진정되지 않자 재계와 서민의 분노가 폭발했다. 재계는 그녀에 대해 『경제학 박사출신이어서 이론에 밝을지는 모르나 실물경제엔 깜깜한 여자』라며 맹비난했다. 그녀의 정책에 불만을 품은 경제관료 및 중앙은행 간부들이 줄지어 항의사직하는등 정권이 휘청거릴 정도로 저항이 컸다. 지난 6월초 여론조사에서는 인기도가 17·4%로 곤두박질쳤다.
웬만한 남자총리라도 그쯤되면 사임하거나 타협에 나섰을 법한데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철같이 밀어붙였다. 그 결과가 개혁정책이 효험을 보이기 시작했다. 각종 경제 지표가 8월들어 극적으로 회복세로 반전한 것이다.
이에 국민들의 원성등 저항의 목소리도 크게 줄어들고 있다. 그녀는 최근 한 국내신문과의 회견에서『몸의 독소를 빼내려면 시간이 걸리는 법』이라며 지난 1년여를 회상했다.
그녀가 정계에 뛰어든 것은 불과 3년전인 지난 91년. 이전까지 그녀는 미예일대에서 경제학을 전공하고 세계은행 고문, 터키 보스폴러스대의 경제학교수를 지내는등 정치와는 거리가 먼 순수한 경제전문가였다. 그녀는 고교시절 만난 남편(사업가)과 17세때 결혼, 현재 두 아들을 두고 있다.【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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