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주문 40%끊겨 수출전선도 빨간불/“상반기 호황도 반짝”… 기술혁신·원가절감 절실 국내 컴퓨터업계가 「내우외환」의 이중고에 시달리고 있다. 내수시장에서는 첨단기능과 저가전략으로 무장한 외국 컴퓨터업체들에 밀려 「안방」을 내주고 있고 수출전선에서는 주력시장이었던 미국에서 판매가 격감, 급속하게 시장을 잃어가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는 국내 컴퓨터업계의 상반기실적은 사상최대의 호황인 것처럼 보인다. 개인용컴퓨터(PC)가 가전필수품으로 인식돼 신규수요가 늘고 있는데다 첨단기능을 가진 컴퓨터를 새로 구입하려는 대체수요도 함께 늘어나면서 국산컴퓨터가 날개 돋친 듯이 팔려 나갔다. 삼성전자 삼보등 컴퓨터업체들은 금년 상반기 최고 3백% 가까운 놀라운 판매증가세를 기록했다. 삼성이 금년 상반기 모두 13만6천대의 PC를 팔아 전년동기대비 3백%나 늘어난 것을 비롯, 삼보도 13만2천대로 전년동기에 비해 2배정도 늘었다. 금성의 같은 기간 판매대수도 6만8천여대로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국내업체들의 이같은 판매호조속에도 불구하고 외국 컴퓨터업체들의 국내시장 공략이 주효, 시장점유율이 급속히 오르고 있다. IBM 컴팩컴퓨터등 국내에 진출해 있는 외국업체들의 판매증가세가 국내 컴퓨터업체의 판매증가세를 훨씬 앞지르고 있기 때문이다.
상공자원부와 관련업계에 의하면 지난해 2만3천여대의 공급에 머물렀던 외국업체들의 PC공급이 올 상반기에만 무려 7만대에 이르렀다. 이런 판매급증세에 힘입어 외국업체들은 지난 92년 2%, 지난해 5%에 불과하던 국내 PC시장 점유율을 올들어 두자리 숫자인 10·8% 수준까지 끌어올려 놓았다. 외국산 컴퓨터의 판매강세는 여름철 비수기인 7, 8월에도 그대로 이어져 이런 추세가 계속될 경우 올 연말에는 외국산컴퓨터의 전체 시장점유율이 15%에까지 이를 가능성도 있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한글화작업의 어려움등 기술적인 문제와 애프터서비스등 영업망체제를 제대로 갖추지 못해 초기에 고전하던 외국업체들은 지난해 대폭적으로 체제를 정비하는 한편 저가공세와 광고등 물량작전으로 국내시장공략에 적극 나서 서서히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외국업체들이 영업망확충과 이미지개선작업등으로 국내시장 「토착화작전」을 본격적으로 전개할 경우 국내컴퓨터업계의 수성은 더욱 힘겨워질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멀티미디어화가 빠른 속도로 진전되면서 각종 첨단기종경쟁에서도 국내업체들이 여러모로 뒤질 수밖에 없는 형편이어서 외국산 컴퓨터의 국내시장잠식은 앞으로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시각이다.
수출전선에는 이미 오래전부터 빨간 불이 들어와 있다. 올들어 7월까지 1억6천1백만달러어치의 컴퓨터가 국내에 들어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1.3%나 수입이 급증, 빠른 속도로 국내시장을 잃어가고 있는 한편 수출도 올들어 7월까지 모두 1억6천7백만달러에 불과,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2.7%나 감소했다. 해외시장도 급속히 잃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추세라면 올해안으로 컴퓨터수입이 수출을 앞지를 것(금액기준)으로 보인다. 수출물량의 70%이상을 차지해 오던 미국시장에서 수출주문이 40% 가까이 끊기는 등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미국수출 부진은 미국 컴퓨터업체들이 가격인하경쟁을 벌이기 시작하면서 가격경쟁력에서 국산컴퓨터보다 훨씬 앞선 대만산컴퓨터등에 OEM(주문자상표부착 생산방식) 주문이 쏠리고 있기 때문이다. 핵심부품 대부분을 비싼 로열티를 주고 조립해 써야 하는데다 그나마 국내 생산부품마저 표준화작업이 제대로 돼 있지 않아 생산비용이 이중 삼중으로 드는등 가격경쟁력에서는 더 이상 해 볼 도리가 없다는 비관적인 분석도 나오고 있다.
산업연구원 김석희박사는 『상반기의 호황은 절대적인 수요증가에 따른 일시적인 현상에 지나지 않는다』고 분석하면서 『국내 컴퓨터업체들이 근본적인 기술혁신과 생산원가절감등 자구노력에 힘을 쏟지 않으면 수출과 내수시장에서 모두 외국업체에 참패할 것』이라고 지적했다.【김병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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