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통보안속 회의진행… 일정등 일체 비공개/독 기자들 “북서 어떤 경수로 제의했나” 관심 ○…제네바 북미고위급회담을 2주 앞두고 핵문제 해결의 기술적 사항을 논의하기 위해 10일 상오10시 베를린에서 열린 전문가회의는 내용은 물론 일정조차 일체 대외적으로 공개되지 않는등 극도의 보안속에 진행됐다.
미대표단은 상오9시40분 베를린 북한이익대표부앞에 택시3대에 나누어 타고 도착, 현관에서 김정우 북한수석대표의 영접을 받고 곧바로 회담장에 입장했다. 10명의 대표단에는 한국인으로 보이는 사람도 포함됐으나 신분은 알려지지 않았다.
북한측 대표단에는 외교부 국제원자력기구(IAEA)담당과 소속인 정성일만이 제네바회담에 포함됐던 인사다.
양측은 3시간의 상오회의를 마친후 하오1시께 점심식사를 하기 위해 휴회했으나 회담내용에 대한 공식적인 논평은 하지 않았다. 그러나 북한측의 한 관계자는 『출발이 매우 좋았다』며 『회의는 하오에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회담의 양측 수석대표는 그 지위부터 큰 차이를 보였다. 미국측은 국무부의 게리 세이모어지역비핵확산국부과장을 수석대표로 파견했으나 북한측은 차관급 인사인 김정우대외경제위원회부위원장을 수석대표로 내세웠다.
김부위원장은 82년부터 현직에 있는 경제전문관료로 권력층의 측근이고 특히 협상에 능한 인물로 알려진 사람. 북한이 미국에 비해 격이 높은 수석대표를 보낸 것은 이번 베를린 회담에 대한 높은 기대감과 중요성에 대한 인식을 반영한 것으로 분석된다. 특히 북한이 경수로 전환지원과 관련한 비용적 측면을 유리하게 이끌어내기 위해 국제차관조달과 대외경제협력분야의 전문가인 김부위원장을 기용했을 것이라는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그는 나진 선봉 자유무역지대 건설에도 관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의가 열리는 북한이익대표부에는 독일과 일본,한국보도진등 50여명이 나와 취재했는데 독일기자들은 북한이 독일형 경수로 선택을 제의할 것인지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냈다.
북한 이익대표부의 공보관격인 이상유참사관은 이에 대해 『관심이 있는 것은 사실이나 그것을 제의할지는 모르겠다』라고 대답했다.
이때문에 전문가회의의 장소가 뉴욕이 아닌 베를린으로 결정된 배경에 대해 북한이 독일형 경수로를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추측은 별 근거가 없는 것으로 굳어지고 있다.
독일은 국내법상 핵확산금지조약(NPT)가맹국이 아니면 원전을 지원할 수 없고 독일형은 한기에 30억달러로 한국형보다 기당 10억달러가 비싸 채택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정평. 이보다는 오히려 독일이 평양과 직항로가 있고 북한공관의 시설이 비교적 훌륭하다는 점등이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첫날 회의가 열린 북한 이익대표부는 통독전 북한의 주동독대사관으로 구동독이 부지를 제공한 매우 넓은 공관. 5층건물에 공관만 약3천7백평이고 여기에 같은 면적의 공관원 숙소가 있다. 이 공관은 요충지대인 동서베를린 접경에 위치하고 있는데 북한은 통독후 공관원이 10명이내로 줄자 일부를 임대, 외화를 벌고 있다고 한다.
○…이번 회담은 구체적 합의를 이끌어내기 보다는 양측의 입장을 충분히 타진, 23일의 제네바 회담을 생산적이고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한 성격이 강하다고 북미회의에 정통한 한 소식통이 말했다.【베를린=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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