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느리가 자기도리 다하지 않았으면 안돼 『시집 간다』는 말을 아직도 흔히 쓴다. 결혼을 당사자들만이 아닌 가족간 결합으로 여기는 전통적 사고가 남아 있는 것이다. 이 「가족간 결합」에서 고부간에 가장 갈등이 많은 것은 변함이 없고, 때로는 혼인 당사자들의 결합마저 갈라놓는 요인이 된다.
우리 민법은 이런 사정을 감안, 「고부 갈등」을 이혼사유로 인정하고 있다. 민법 840조는 「배우자의 직계존속으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때」와 「자기의 직계존속이 배우자로부터 심히 부당한 대우를 받았을때」 이혼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고부간 갈등이 있다고 해서 모두 이혼사유가 되는 것은 아니다. 민법이 이혼사유를 「부당한 대우」라고 규정한 것은 며느리나 시어머니로서 할 도리를 웬만큼 했는데도 제대로 대우받지 못한 경우만을 이른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그 정도도 「심히 부당한」경우여야 한다.
최근 고부 갈등을 이유로 여자쪽이 제기한 이혼 소송을 법원이 기각한 사례를 보자. ▲직장일로 피곤하다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가사를 맡겨놓고 혼자 음악을 들으며 쉬거나 ▲시어머니가 병이 들어 모시기 어렵다는 이유로 친정에서 돌아오지 않거나 ▲결혼 1개월도 안돼 시어머니에게 고분고분하지 않는등의 행동이 발단이 돼 고부 갈등이 부부간 불화로 이어진 경우들이다. 결국 며느리 또는 아내의 도리를 다하지 않은 여자측의 「직무 유기」가 고부 갈등의 주원인이 됐을 때 법원은 이혼사유를 인정하지 않은 것이다.
이 판결들은 『신세대 주부들의 이기적 결혼관에 제동을 건 것』으로 평가된다. 대체로 며느리쪽이 일방적 피해자였던 과거와 달리 고부 갈등의 모습도 달라지고 있는 세태를 법원도 고려하고 있음을 나타낸다.【이희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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