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TO」 등 폭발성 쟁점 수두룩/「여야관계 소원」도 격돌 불씨로 문민정부출범후 두번째 정기국회인 제1백70회 정기회가 1백일간의 회기로 10일부터 열린다. 지난해 정기국회가 사정바람으로 인해 정치권 전체가 움츠러드는 바람에 다소 의기소침했었던 것에 비해 올 정기국회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보여줄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내년의 지방자치제선거를 앞두고 벌써부터 여야간에 물밑신경전이 전개되어 온 점을 감안할때 이번 정기국회는 지자제선거의 전초전으로서 WTO협정비준, 행정구역개편문제, 추곡수매안, 예산안처리,신공안정국논쟁, 북한핵문제, 국가보안법개폐, 세제개편안등 예민한 사안마다 치열한 공방과 격돌이 벌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와 함께 이번 정기국회는 지난 7월 임시국회에서 국회개혁을 위해 국회법을 개정한 이후 처음 열리는 것이어서 국회의 운영과 제도개혁이 어느 정도나 뿌리내릴지를 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여야는 모두 땅에 떨어진 정치권의 대국민신뢰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국회가 모든 회의의 모범이 될수 있는 성숙한 모습을 보여야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그러나 막상 현안에 부딪치면 고함, 욕설, 의사진행방해, 몸싸움, 날치기등의 구태가 다시 나타날 개연성은 여전히 남아있다. 이런 측면에서 이번 정기국회가 「소수의 의견을 존중하는 다수결의 원칙」을 얼마만큼 구현할지가 주목되고 있다.
여야간에 첨예한 의견대립이 노출돼 있는 쟁점은 한두 가지가 아니다. 무엇보다 「세계무역기구(WTO)설립을 위한 마라케시협정」비준동의안의 처리문제는 이번 정기국회에서 최대의 관건이 될 것이다. 민자당은 이미 수차례에 걸쳐 공언했듯이 『처리여건이 성숙됐다고 생각될때 WTO협정비준안을 처리하겠다』며 경우에 따라서는 단독처리도 불사하겠다는 자세이다. 이에 비해 민주당은 WTO협정비준저지를 정기국회운영의 기본목표중 하나로 설정해 놓고 있어 여야간의 협상과 절충에 의한 타협의 여지는 극히 적은게 사실이다. 이 문제는 자칫 정기국회의 파행까지 가져올 정도의 파괴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여권 일각에서는 최악의 상황을 피해 정기국회이후로 연기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매년 여야격돌의 단골메뉴가 돼 온 추곡수매안과 예산안처리가 이번 정기국회에서도 매끈하게 넘어갈 가능성은 별로 없어 보인다. 우선 UR타결에 따라 악화된 농촌여론을 의식, 야당은 WTO협정비준처리와 연계하면서 정부측 추곡수매안의 대폭 수정을 요구하고 나설 전망이다. 물론 민자당도 『야당과의 정치적 절충이 불가피하다』며 어느 정도 융통성을 보일 자세이지만 야당의 요구수준을 맞추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와 더불어 사상 처음 편성될 것으로 예상되는 흑자예산을 둘러싸고 여야간에 「남는 돈을 어디에 쓸 것이냐」하는 세출논쟁이 빚어질 것같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이번 정기국회의 정상운영을 위협하고 있는 것은 여야간의 소원한 관계이다. 가뜩이나 현정부출범이후 두드러진 「여권의 독주」로 인해 여야사이에 대화의 흐름이 원만치 못했는데 김일성사후 조문논쟁, 주사파파동, 신공안정국논쟁으로 이어지면서 분위기는 무슨 불씨든 댕기기만 하면 확 번질 정도로 악화돼있는게 사실이다. 때문에 회기중 굵직굵직한 쟁점외에도 국가보안법개폐등 해묵은 문제나 아니면 국정감사에서 터져나올지 모를 일과성 사건에서도 여야의 격돌이 빚어질 가능성이 있다.【신재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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