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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이라도…” 젊은여성 거리로/「흔들리는 쿠바」 현지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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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푼이라도…” 젊은여성 거리로/「흔들리는 쿠바」 현지보고

입력
1994.09.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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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살돈 위해 호텔·상점서 노골적 “매춘” 공세/성도덕 타락 반영 이혼도 급증 쿠바의 카스트로정권이 근저에서부터 흔들리고 있음은 매춘과 이혼이 급증하는 타락한 사회상에서도 잘 나타난다. 피폐한 이 나라의 경제는 젊은 여성들이 빵을 찾아 거리로 나서도록 내몰고 가정의 평화를 깨고 있다.

 아바나시내에서 매춘부는 어디서나 만날 수 있다. 이들은 관광호텔이나 달러등 외국화폐만을 받는 식당, 상점등은 물론 길거리에서까지 외국인들에게 적극적으로 접근한다.

 쿠바정부가 관광산업육성을 위해 가장 심혈을 기울여 조성한 아바나의 관광단지 마리나 헤밍웨이는 미국의 소설가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만년에 머물렀을 정도로 풍광이 아름다운 곳. 이 곳에는 호텔 레스토랑등이 밀집해 있는데 쿠바정부는 내국인의 출입을 철저히 통제, 외국인과 시설관계자들만 출입이 가능하다.

 지난 7일저녁 이 관광단지내 엘 필라르식당에 들어갔을 때의 일이다. 자리에 앉자마자 검은 피부의 미녀들이 맥주를 한잔 사 달라며 접근했다. 이들은 『저녁을 먹으러 왔으니 방해하지 말아 달라』는 다소 쌀쌀한 거절에도 아랑곳않고 5분이상이나 맞은편 자리에 머무르다 다른 테이블로 옮겨갔다. 어떻게 이같은 직업여성이 출입할 수 있느냐는 질문에 식당주인은 그저 웃기만 했다.

 택시를 타고 호텔로 돌아오는 길가에 몇몇 소녀들이 앉아 떠들고 있는 모습이 보였다. 그들은 택시가 멈칫하자 금세 몰려들어 같이 드라이브를 할 수 없느냐고 달라붙었다. 나이는 10대티가 역력했다.

 아바나에서 자주 마주치는 스페인 관광객들은 거의 대부분 쿠바의 젊은 여성들을 공공연하게 대동하고 다녔다. 관광객을 안내하고 다니는 젊은 쿠바여성들은 부끄러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으며 식당을 나설 때는 으레 가족들에게 주려는 듯 빵이나 치즈를 꼭 휴지에 싸가지고 나갔다.

 매춘의 심각성은 밤거리에 나서게 되면 보다 생생하게 느낄 수 있다. 외국인들은 차량을 이용하지 않으면 아예 밤거리에 나가는 것을 포기해야 한다. 강·절도의 두려움보다 거의 필사적이다시피 매달리는 젊은 여성들의 「공세」를 피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마치 국가가 외화벌이를 위해 매춘을 장려하는듯한 분위기다.

 이같은 일에 종사하는 쿠바 여성들이 얼마나 되는지는 알려진 게 없다. 카스트로정부는 지난 54년 사회주의 혁명과 함께 쿠바에서 매춘부가 사라졌다고 선언한 이후 공식적으로 통계를 내지 않고 있다.

 사실 쿠바에는 80년대말까지만 해도 매춘부들의 숫자를 무시해도 좋을 정도였다. 그러나 90년대초 동구권의 붕괴로 경제난이 가속되면서 길거리로 나서는 여성이 늘기 시작했다. 특히 정부가 외화획득의 주요수단으로 관광산업을 집중육성하면서 외국인들이 몰려들어오자 매춘부수도 폭발적으로 늘어났다.

 아바나시내 미라마르가 트리톤호텔의 한 종업원은 현재 이 직업에 종사하고 있는 직업여성은 최소한 1만명이며 다른 직장을 갖고 있으면서 아르바이트를 하는 여성까지 합하면 이보다 훨씬 많다고 말했다.

 이혼율의 급증 또한 쿠바사회의 타락한 성문화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정부의 공식통계는 물론 없지만 거리에서 만나본 성인치고 이혼하지 않은 사람이 거의 없을 정도였다.

 6일 아침에 만난 택시운전사 메르세데스 알폰소씨(44·여)는 남편이 가족을 돌보지 않자 이혼하고 22살된 아들과 살고 있다고 했다. 알폰소씨는 자기 주변의 절반 이상이 자신과 비슷한 이유로 이혼했다고 말했다. 알폰소는 또 관광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달러 수입이 괜찮아 남녀를 불문하고 「혼외의 상대」를 1∼2명 갖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쿠바는 지금 사회주의 체제는 물론 소중한 가정의 울타리마저 깨져 가고 있다는 느낌을 떨쳐버릴 수가 없었다.【아바나=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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