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을 방문중인 한승주외무장관이 7일(현지시간) 워런 크리스토퍼미외무장관과 북핵문제에 관한 회담을 마친뒤 즉석 기자회견을 한 장소는 국무부 8층의 「벤저민 프랭클린 룸」이었다. 미국에서 건국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년)은 피뢰침을 발명한 사람으로도 유명하다. 그의 이름을 딴 이 커다란 홀 바닥에는 미국에서 제일 크다는 대형카펫이 깔려있다. 하루에도 세계 각국의 고위 지도자들을 서너명씩 만나야하는 미국무장관은 보통 회담이 끝나면 사진기자들을 위해 7층 장관실 입구의 비좁은 출입구나 정문 입구에서 포즈를 취해준다. 국무부 출입기자들은 길어야 4∼5분정도밖에 되지 않는 이 짧은 시간에 회담내용에 관한 질문을 속사포처럼 던지곤 한다.
그러나 이날의 「사진촬영시간」은 이같은 관례를 벗어난 파격적인 것이었다. 크다 못해 뒷전이 텅텅 빈 대형 회견장을 마련하고 평균보다 4∼5배나 더 긴 20여분동안 회견시간을 잡아준 것도 이례적이었다. 국무부의 한 관리는 프랭클린룸에서의 이같은 회견이 『전례가 없는 것은 아니나 상궤를 벗어난 건 사실』이라고 말해 이날 회견이 한장관 일행을 위한 특별배려였음을 감추려하지 않았다.
그러나 이처럼 「붉은 카펫」을 깐채로 진행된 이날의 회견 내용은 미국무부의 특별배려 분위기와는 거리가 있었다. 워런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은 한미간의 전통적인 유대를 강조하는 외교적 수사뒤에 북미회담에 대한 미국의 기존입장을 되풀이 했다. 양국간에 견해차가 있는 것으로 알려진 대북 특별사찰이나 한국형 경수로 선정문제등에 대해서도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이날 하오 한국특파원들과 1시간이 넘게 회견을 가진 한장관은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의 발언 행간에 담긴 의미를 강조하며 자신의 방미성과를 설명했다. 그러나 한장관은 『그 정도라면 굳이 워싱턴에 오지 않았어도 됐을텐데 무슨 배경이 있었던 것 아니냐』는 기자들의 거듭되는 질문앞에서 명쾌하게 답변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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