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고금리 노린 외화 2백억불유입 전망/인플레·수출부진·금리재반등 악순환 우려/「돈퍼내기」 필요… “해외투기 방조” 반발과제 5개년에 걸쳐 3단계로 나뉜 외환개혁이 내년부터 시행되면 외화유입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전망된다. 외환개혁은 사실상의 자유화시대의 개막이자 금융개방면에서 볼때 선진국으로 가는 마지막 고빗길이다.
국내금융시장이 해외에 비해서 수익률이 워낙 높기때문에 문을 열기만 하면 해외자금들이 마구 쏟아져 들어오게 돼있다. 국내의 이자율은 13%선, 해외의 이자율은 7%선이다. 돈을 빌려쓰는 기업입장에서는 해외자금보다 이자를 6%포인트나 더 물어야 하지만 돈을 빌려주는 입장에서는 수익률이 해외보다 2배가까이 되는 「황금시장」이다. 돈있는 사람치고 누가 이 시장을 놓치겠는가. 따라서 외국돈은 우리더러 자본개방의 문을 더 많이 열라고 난리였고 우리는 되도록 늦추려고 버텨왔었다.
재무부는 외환개혁 시행으로 연간 1백50억∼2백억달러의 외화가 유입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사상초유의 외화봇물에 노출되는 것이다. 엄청난 외화가 들어오면 좋은 면보다는 부작용탓에 몸살을 앓는다. 당장에는 금리가 떨어질 수 있으나 통화가 늘어나 물가가 불안해지고 환율이 떨어져 수출이 부진해진다. 처음엔 내렸던 금리도 나중엔 인플레를 타고 다시 오른다. 일단 이러한 악순환에 빠지면 헤어나오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이때문에 개방을 본격 개시하면서 국내돈을 해외로 내보내는 「돈퍼내기」가 더욱 중요해진다. 국내로 외화가 들어오는 만큼 국내돈을 해외로 퍼내는 것이다.
이러한 부작용을 피하면 선진국이요, 부작용을 막지 못하고 밀리면 현재의 위치보다도 더욱 낮은 곳으로 추락한다. 이때문에 5년이라는 외환개혁 기간을 놓고 한쪽에선 「짧다」, 한쪽에선 「길다」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개혁주의자는 개방이 필연적인 흐름인 이상 5년까지 갈 것도 없이 돈이 들어오고 나가는 문을 없애자고 주장하고 있다. 괜히 외국의 항의와 반발을 받느니 개방을 앞당기자는 것이다. 보수주의자는 너무나 외환시장 개방속도가 빨라 감당하기가 어려우니 늦춰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자동차는 액셀러레이터뿐만 아니라 브레이크도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홍재형재무부장관은 5년이라는 전체기간에 대해서는 적당하다는 입장이며 세부항목에 따라서는 시행기시를 다소 당기고 늦추는 조정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개혁안을 시행하면 5년후엔 「관리」위주의 현재 외환관리법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진다. 외환관리법이 은행법등 다른 관련법으로 흡수되고 흔적도 없이 사라지든가, 최소한의 필요한 조항만 남겨둬 관리라는 말을 뺀채 「외환법」으로 남는다. 우선 내년부터는 개인의 외화보유를 완전 자유화, 외환집중제를 폐지함으로써 새로운 자유화시대를 시작한다. 정부수립후 62년까지의 외환허가제시대(1세대), 이후 94년까지의 외환집중제시대(2세대)에 이어 95년부터는 자유화시대인 3세대가 열리는 것이다.
이번 개혁안은 정부가 96년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을 추진할 때 OECD기준에도 무난히 통과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완전 시행이 되지 않더라도 3∼4년 앞의 시행일정을 명백히 공표함으로써 심사를 통과할 수 있다는 것이다. 외환·자본자유화에서 또하나 넘어야 할 산은 해외부동산 취득문제이다. 개인이나 기업에 해외부동산을 취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은 돈을 해외로 퍼내는 중요한 수단이다. 이경우 돈많은 개인이나 법인은 세계곳곳의 별장이나 레저시설을 사려 들 것이다. 이러한 해외별장 구입붐은 국내적으로 정부가 해외투기를 방조한다든가 자산해외도피의 길을 보장한다든가 하는 반발을 살 것이다. 쉽게 넘기 힘든 산이다.
외환개혁의 성패는 결국 금리의 문제로 귀착된다. 국내금리가 5년간에 걸쳐 국제수준으로 떨어져 준다면 외화봇물로 치르는 홍역의 정도는 약화될 것이다. 그러나 현재의 차이가 크게 개선되지 않는다면 실패의 확률이 높아진다.【홍선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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