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 좌우정치대립서 비롯… 바스티유측 법적 “항복” 프랑스 바스티유 국립오페라측과 정명훈씨(41)의 분쟁이 7일 끝났다.
7월초 바스티유측의 일방적인 재계약 체결 요구로 시작된 양측의 분쟁은 8월 12일 정씨 해임, 정씨의 반발과 소송제기, 바스티유측의 항소, 양측 합의에 의한 해결로 마무리됐다.
정명훈씨는 결국 바스티유의 음악 총감독및 상임지휘자직에서 해임됐으나 법적으로는 명예를 회복한 결과를 얻은 셈이다. 그러나 예술가로서 지난 5년간 자신과 바스티유를 음악적으로 성장시킨 무대를 타의에 의해 떠나야 하는 상처를 입었다.
정부의 정치적 좌·우성향이 문화정책에 결정적 영향을 미치는 프랑스의 풍토에서 우파내각을 등에 업은 국립 바스티유가 그를 해임하기로 결심한 이상 퇴진은 사실상 불가피했다고 할 수 있다. 이번 사태는 87년에 이미 우파정부가 임명해뒀던 음악감독 다니엘 바렌보임을 89년 재집권에 성공한 사회당 정부가 몰아내고 그 자리에 정씨를 임명했던 것과 비슷하다.
현재의 우파내각은 사회당 미테랑대통령의 영웅적 문화기념비라는 지적을 받기도 한 바스티유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다. 우파정부는 위그 갈을 새 단장으로 임명하면서 적자투성이 바스티유를 대수술하는 개혁을 추진해왔다. 그 과정에서 2000년까지 음악감독으로서 막강한 권한과 높은 보수(2000년에는 연봉 8백만프랑, 약12억원)가 약속된 정씨의 축출이 가장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바스티유측은 정씨에게 계약을 97년까지 단축하고 연봉을 현수준(3백50만프랑, 약 5억3천만원)에서 동결하며 프로그램 선택, 객원지휘자및 연출가, 솔리스트 선정 권한을 축소한다는 내용의 재계약을 요구했다. 정씨가 이에 반발하자 바스티유는 그를 배상없이 해고했고 정씨는 계약은 유효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8월 29일 재판부는 계약은 유효하며 바스티유는 그의 동의없이 다른 음악감독을 임명할 수 없다고 판결했으나 이번엔 바스티유측이 불복,항소했다.
항소심 2차공판에서 양측은 재판부의 중재에 따라 타협에 이르렀다. 바스티유측은 계약의 유효함을 인정, 계약파기에 따른 배상금을 지급하고 19일부터 10월14일까지 베르디의 오페라 「시몬 보카네그라」를 정씨가 지휘하도록 양보했다. 배상금 액수는 확실히 밝혀지지 않았으나 2년치 연봉 수준인 1천만프랑(약 15억원)이 될 것으로 알려졌다.
정명훈씨는 공판이 끝난 후 『바스티유측이 잘못을 인정한 것은 기쁘나 바스티유를 떠나게 돼 슬프다. 마치 배상금 때문에 투쟁한 것처럼 비쳐지고 있는 것은 유감이다. 나는 한푼도 안 받고 2000년까지 일하겠다고 제의했으나 그들이 받아들이지 않았다』라고 말했다.【파리=한기봉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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