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등 만나 「일방통행식」 협상에 제동/미서도 한국입장 대북 「카드」로 활용가능 한승주외무장관은 8일 빌 클린턴미대통령을 예방하고 방미기간중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등 미측 고위급인사들과 연쇄회담을 통해 새롭게 정비된 한미공조체제를 최종적으로 재확인했다. 한장관의 클린턴대통령 예방은 외교적인 관례로 볼때 예외적인 경우가 아니며 이번이 처음도 아니다.
그러나 이번엔 한미관계가 미묘한 시점에서 미대통령이 직접 양측의 회담결과를 평가, 한국이 갖고 있는 일말의 불안감을 해소하는데 나름대로 성의를 보였다는 점에서 상징적 의미가 있는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또 이런 맥락에서 이번에 한장관의 방미를 계기로 이루어진 한미간의 「공조과시」또는 「모양새 갖추기」가 한미공조에 틈새가 있지 않느냐는 한국내의 우려를 상당부분 불식시키는데 일단 성공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이번 한미 양국의 접촉에서 한국측이 무엇보다 신경을 썼던 부분은 연락사무소설치를 포함, 북미간 관계개선과 남북관계의 실질적 진전을 어떻게 연관시키느냐하는 문제였다. 이 문제에 있어서 미국이 한국을 배제하려는 북한의 전략에 휘말려 「일방통행」의 길로 들어선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크리스토퍼미국무장관은 한장관과 회담을 마친뒤 「언론 발표문」을 통해 『연락사무소설치등 북미간 관계개선이 시작되기 위해선 북한이 앞으로 추가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전제, 『한반도비핵화공동선언의 이행등 북한이 한국과 실질적인 대화를 재개하지 않는한 핵문제는 해결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밝혔다.
이런 미국의 입장표명은 물론 근본적인 정책변화라기 보다는 기존의 입장을 다른 각도에서 새롭게 천명한 것으로 보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즉 미국은 북미회담의 당사자로서 협상전략상 말을 아낄 수밖에 없는 처지여서 경우에 따라서는 한국의 오해를 살 수도 있었다는 설명이다. 한장관은 이와관련, 미국측에 한국내 여론이 심상치 않다는 점을 설명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정부당국자들은 미국도 이러한 사정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었고 또 미국으로서도 북미3단계고위급회담의 재개를 앞두고 대북 압력수단으로 한미공조를 재점검해둘 필요성을 느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한장관의 방미가 미국의 초청으로 이루어진 것으로 알려지고 있는 점이나 한장관의 클린턴대통령 예방이 마지막순간에 성사됐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하고 있다는 것이다.
또 대북경수로지원 및 대체에너지제공에 있어서 한국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핵문제의 궁극적인 해결은 한국의 의지와 직결돼 있다는 점도 이번 양국 접촉의 결과에 반영돼 있다. 이와함께 한국은 미국의 전통적인 동맹국으로서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및 세계안보에 공통의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 강조되기도 한다.
이렇게 한미양국이 최대한의 격식을 갖춰 한미공조의 틀을 강화한 것은 일단 북핵문제해결 및 남북관계의 진전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그렇지만 구체적인 해법의 전개는 10일부터 열리는 북미간 전문가회의와 23일부터 개최되는 3단계고위급회담을 지켜봐야 알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미공조의 강조에 북한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도 알 수 없는 일이고 남북대화의 재개를 아무리 강조한다고 하더라도 현실적 가능성이 적다고 판단됐을때 미국이 어떤 태도를 보일지는 예측하기 어려운 것이다.【워싱턴=고태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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