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싱턴에서 있은 한미외무장관회담은 미국과 북한간의 핵문제해결을 위한 전문가 및 3단계 2차회담에 앞서 양국간의 공조체제를 재확인했다는 점에 의의를 둬야할 것이다. 특히 우리정부로서는 일부국민들이 불안해하는 북미간 연락사무소교환설치와 성급한 평화협정 추진논의 가능성에 제동을 건 것을 성과로 자부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번 회담을 계기로 북핵해결방법과 절차에 대한 양국간의 시각이 심상치 않게 다르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한승주외무장관과 크리스토퍼국무장관은 회담을 통해 연락사무소교환등 북미간의 관계개선을 위해서는 남북대화의 진전이 긴요하고 북한에 지원할 경수로원전은 한국형으로 추진하며 특별사찰을 통한 북핵투명성이 확보돼야 하고 한반도 평화체제의 구축은 남북한당사자간의 협의로 해결해야 한다는데 의견을 모았다.
이 정도의 합의라면 외견상 한미간의 공조는 아무런 이상도 우려할 여지도 없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이 한국이 속태우는 과거핵규명, 연락사무소의 조기추진, 한국형원자로 채택, 북의 평화협정대체거부등에 대해 시원하게 똑 부러지는식의 태도를 밝히지 않은데 있다.
여기서 정부는 그동안 혼선과 란조로 국민에게 흔들리고 오락가락했다는 인상을 주어온 대북정책, 대북미회담에 대해 분명한 원칙을 설정할 필요가 있다.
우선 북미회담에 대해서는 북한이 과거핵을 포함하여 핵투명성을 확인하고 핵개발을 포기토록하는 입장에서 의연하게 지켜보는 것이다. 여기에는 또 한국형경수로 채택과 함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의 대체시도는 오직 남한만이 당사자라는 점을 미국을 통해 명백히 관철시키는 것이다.
「한국을 배제시킨다」는 콤플렉스에 너무 집착하여 사사건건 불만과 의견을 제시할 경우 국제적으로도 모처럼 대화의 국면으로 전환시킨 북핵협상을 견제한다는 오해와 비판을 자초할 우려가 있다.
아무튼 북미회담은 넓고 미래지향적인 시각과 자세로 볼 필요가 있다. 의연하게 바라보되 양보할 것과 반드시 견지할 원칙을 분명히 미국과 북한 양측에 인식시키는게 오히려 우리가 남북관계를 주도하는 바탕이 될 것이다.
이젠 미국에 대해서도 복잡한 주문을 하는 것은 피해야 한다. 남북대화를 연락사무소개설과 핵해결의 선결조건으로 내세우는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된다. 지금으로선 오직 미국과의 대화를 생존의 방법으로 추구하고 있는 북의 손을 강제로 이끌어 남북대화를 연들 무슨 성과가 있을 것인가.
경계할 것은 북의 여전한 교란과 적화흉계다. 아울러 미국에 대해서도 우방과 국익은 다르다는 것을 새삼 인식해야할 것이다. 외교란 냉엄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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