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함」을 거부하는 철인에의 도전/11일 설악산서 국내 첫 세계대회가파른 벼랑길, 여기저기 돌이 박힌 험로, 발 아래 천길 낭떠러지가 펼쳐지는 능선길등이 이어져 걷기도 힘든 험준한 산악코스가 무려 20㎞. 그러나 건각들은 이 고통의 길을 1백m 육상선수처럼 내달린다. 속도와 지구력을 겸비한 철인을 가리는 「산악마라톤」이 평범함을 거부하는 레포츠인들 사이에서 요즘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등산과 마라톤을 합쳐놓은 경주라고해서 흔히 클라이마톤(CLIMATON)으로도 불리는 산악마라톤은 알프스지역 국가에서는 이미 30년 전통을 갖고있는 대중스포츠. 일본만하더라도 매년 20여개의 국제경주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는 11일 한국관광공사와 대한산악연맹이 공동주최하는 「94 국제설악산마라톤대회」가 첫 세계대회가 된다.
국내대회로는 92년 레저이벤트업체 「어택캠프」가 개최한 「진부령단축산악마라톤」대회가 최초이다. 이후, 서울시산악연맹이 주최하고 일간스포츠가 후원한 「서울산악마라톤대회」가 지난해 9월 도봉산, 금년 5월에는 북한산에서 각각 열렸다.
공식대회가 잇달아 개최되자 산악마라톤 인구는 엄청난 속도로 불어나기 시작했다. 지난해 도봉산대회 당시 5백41명이던 참가자수는 지난 5월 북한산대회 때는 8백88명으로 늘었으며 지난달 15일 참가접수를 마감한 설악산대회에는 내외국인을 합해 모두 1천여명이 신청서를 제출했다.
국내코스는 지난해 도봉산대회가 11㎞, 지난 5월 북한산대회가 17.4㎞, 11일 열릴 설악산대회가 19㎞로 30∼70인 해외유명대회 경주 거리의 절반정도이다. 국내 산의 규모가 크지않아 장거리코스를 만들기가 쉽지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오르막이 심하고 노폭도 좁은등 다른 나라 대회에 비해 코스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이 국내대회의 특징이다. 특히 설악산대회가 펼쳐지는 남설악호텔―설악폭포―대청봉―양폭산장―귀면암―비선대―소공원―뉴설악호텔 코스 가운데 설악폭포―대청봉 3구간은 세계 최고의 난코스라는 것이 산악마라톤 동호인들의 설명이다.
산악마라톤이 시작된지 얼마되지 않았지만 도봉산대회 남자장년(45세이상)부문과 여자부문 우승자가 지난해 10월 후지산에서 개최된「일본산악내구레이스대회」 연령대별 하프코스부문에 참가해 남자50대와 여자30대 경주에서 각각 1위를 차지한 것으로 볼 때 국내선수들의 실력은 세계 정상급에 근접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역대 국내대회의 우승기록은 11㎞코스인 도봉산대회가 1시간10분47초, 17.4㎞코스인 북한산대회가 1시간42분51초로 1시간에 평균 9∼10㎞를 달린 셈이다. 이는 일반인의 평균 산행템포(시간당 3㎞)의 3배가 넘는 속도이다.
한편 제한시간은 북한산대회가 4시간, 설악산대회가 5시간으로 시간당 4∼5의 속도로 산행을 하면 충분히 완주할 수 있는 시간이기 때문에 평소 적당한 운동을 해온 사람이라면 누구나 도전해볼만하다.
서울시산악연맹 서성식 사무과장(39)은 『하루 2∼3의 조깅으로 몸을 만들면서 1∼2주 간격으로 근교산의 5코스를 1시간내외에 달리는 연습을 하는 것이 초보자에게 가장 적당하다』고 조언한다.
북한산대회 완주자 강우석씨(28·회사원)는 『기록보다는 완주에 의의를 두고 오르막에서 스피드를 내지않는 것이 좋은 성적을 내는 비결』이라며 『음료수 간식 비상식 수건등 준비물을 챙기는 것도 잊지말아야할 사항』이라고 말했다.【이은호기자】
◎국내1인자 여희권씨/내달 일 대회 출전… “지난해 4위 한풀겠다”
『오는10월 후지산에서 열리는 「일본산악내구레이스대회」에서 꼭 우승하겠습니다』
산악마라톤 국내 1인자인 여희권씨(39·중고자동차매매업)는 국제대회에서도 한국선수로서 처음 패권을 차지해 국내에 산악마라톤의 붐을 조성해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갖고 있다.
여씨는 10년전부터 취미모임인 동대문마라톤협회에 들어 훈련을 해오면서 마라톤공식대회에서 풀코스를 7회나 완주한 육상 애호가. 그러나 지난해 서울시산악연맹이 도봉산에서 개최한 「제1회 서울산악마라톤대회」에 연습삼아 참가했다가 관심분야가 아주 바뀌고 말았다.
『평탄하고 인공적인 코스만을 달리다가 험한 산길을 누비는 산악마라톤을 해보니 야생마같이 자유롭다는 느낌이 들었지요』
처음 참가한 도봉산대회에서 남자일반(45세이하)부문 2위를 차지한 여씨는 지난해 10월 부상으로 출전을 못하게 된 이 대회 우승자 대신 국가대표로 선발돼 「일본산악내구레이스대회」하프코스에 도전했다. 마지막 10를 남겨놓고 1위와 5m 거리를 두고 레이스를 펼치던 여씨는 산중턱 커브길에서 코스를 벗어나 2∼3분을 헤매는 바람에 4위로 끝나고 말았다.
『너무나 아깝게 놓친 세계챔피언 자리가 아쉬워 며칠동안 잠도 제대로 못잤습니다』
세계대회 재도전을 다짐한 여씨는 이후 6개월간 매일 10의 강훈으로 지구력을 보강했고 지난 5월 북한산에서 열린 「제2회 서울산악마라톤대회」에서 당당히 1위를 차지, 다시 일본대회에 참가할 수 있는 자격을 확보했다. 특히 이번에는 하프코스가 아닌 풀코스(74㎞)9에 도전해 명실상부한 세계챔피언으로 등극할 꿈을 꾸고있다. 여씨는 20일전 입은 발목부상이 회복되는 대로 하루 20㎞의 막바지강훈에 돌입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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