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여년 조류학연구·야생동물보호 외길/쇠찌르레기 통한 남북「부자상봉」 일화도 「새박사」원병오교수(65·경희대생물학과·사진)가 9일 정년퇴임한다.
원교수는 61년 국내에서 처음으로 조류학강의를 시작한이래 새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 보호에 일생을 바쳐왔다. 새에 관한 연구수준이 거의 불모지상태였던 국내 조류학 수준을 선진국에 손색이 없을 정도로 끌어올리는데 선구자적인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있다.
그는 자신의 정년퇴임을 「조류학계의 세대교체」라고 표현하며 『세대교체를 계기로 후학들의 연구영역이 좀더 넓어지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해방전 한반도 유일의 조류학자였던 선친 원홍구씨(70년작고·전 김일성대학교수)의 영향으로 새 연구를 택한 그는 새가 있는 곳이면 어디라도 찾아갔다. 지금까지 철새도래지등을 답사한 거리만도 서울―부산 2백30여회 왕복거리인 20만에 달한다. 사라져가는 조류 30여종과 철새서식지 20여곳을 자연문화재로 지정하는데 공헌했으며, 논문 1백52편 단행본 17권등 방대한 연구실적을 내놓았다.
원교수는 유명한 일화도 많이 남겼다. 65년에는 선친의 생사를 알고싶어 북방 쇠찌르레기의 발목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알루미늄 가락지를 끼워 북쪽으로 날려보냈다. 이 새는 북한 과학원 생물학연구소장으로 있던 원교수 선친의 눈에 띄어 남쪽에 있는 아들이 보낸 뜨거운 혈육의 안부를 전해주었다. 북방 쇠찌르레기가 맺어준「부자상봉」은 지난해 봄 북한과 일본의 합작영화「새」로 만들어져 남북분단의 비극을 다시 일깨워주었다.
부모의 생사를 새를 통해 알 수 밖에 없는 분단현실을 누구보다 가슴아파하는 그는『생전에 북한의 산천을 누비며 생태계를 마음껏 연구해보는 것이 마지막 꿈』이라고 말했다.
원교수는 퇴임후에도 명예교수로 남아 강의를 계속할 예정인데 앞으로 10년동안은 비무장지대의 생태계 연구 마무리에 전념할 생각이다.【선연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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