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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포스트모더니즘문학의 대표작가/보네거트 소설 국내소개 “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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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포스트모더니즘문학의 대표작가/보네거트 소설 국내소개 “붐”

입력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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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도살장」 「고양이 요람」 등 잇단 출간/블랙유머·부조리한 내용 특징/“고급-대중문화 거리좁혔다” 평 미국 포스트모더니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커트 보네거트(72)의 소설이 국내에 집중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넘치는 상상력과 기지 속에 인간과 세계에 대한 독특한 통찰력을 제시하고 있는 보네거트은 근래 거듭 노벨문학상 후보에 올랐을 뿐 아니라 세계적으로 문학적 연구대상이 되면서 대가의 명성을 갖춰 가는 작가이다.

 80년대 초 「태초의 밤」과 「전과자」등이 처음 번역되어 알려지기 시작한 그의 작품은 지난해 여름부터 최근까지 「제5 도살장」(폴리미디어간),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봐」(새와물고기간), 「고양이 요람」(〃)등이 계속 출간되고 있다.

 보네거트는 간결한 문체와 블랙유머, 공상과학소설 기법, 채플린의 영화처럼 희비극의 구분을 뛰어 넘는 부조리한 내용등으로 특히 젊은이들을 사로잡았다. 그의 소설이 「제5 도살장」을 계기로 폭발적으로 팔리기 전까지 슈퍼마켓이나 잡화상에 주로 진열됐었다는 사실은 작품의 대중성을 역설적으로 말해준다.

 그는 노골적으로 반전사상을 드러내며 현재를 지배하는 관습과 권력, 종교와 과학에 부여된 전형적이고 굳어진 의미를 여지 없이 깨뜨린다. 김종운교수(서울대 영문학)에 의하면 그에게 우주의 운행이란 우발과 부조리의 연속인 덫과 같은 것이고 인간이란 이 덫에 걸려 있는 불우한 존재일 따름이다.

엉터리 종교의 생성과정과 과학의 범죄적 파괴성을 추리기법으로 희화한 「고양이 요람」은 과학 기술을 상징하는 도시와 거짓종교에 지배되는 가상의 섬을 두 축으로 전개된다. 두 축은 원자폭탄을 「장난」으로 만들어낸 호니커박사의 행적을 추적하는 주인공 요나(성경에서 고래에게 먹히는 인물의 이름)와 호니커박사가 역시 장난으로 만들어놓은 가공할 위력의 얼음덩어리 「아이스 나인」으로 연결된다. 

 「제5 도살장」의 주인공은 외계인에게 납치돼 지구인의 직선적 시간관과는 다른 편재적 시간관을 습득하고 과거 현재 미래를 자유롭게 넘나든다. 죽음이나 삶을 언제나 재방문할 수 있는, 사소한 사건으로 치부하는 그는 본의 아니게 인간사회의 타락상을 풍자하는 거울이 된다.

 무대를 은하계 전체로 넓힌 「저 위의 누군가가 날 좋아하나봐」역시 미국 최대의 부호와 초능력자마저 남을 이용하는 가해자요, 꼭둑각시의 조종자인 동시에 피해자요, 꼭둑각시 그 자체로 설정함으로써 현실의 부조리를 짚어내고 있다.

 김성곤교수(서울대 영문학)는 보네거트를 『단순히 부조리 상황을 지적하고 비극적 비전을 갖는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사랑이라든가 친절 같은 것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탐색했다』며『고급문화와 대중문화의 간극을 좁힌 베스트셀러작가』라고 평가했다.

 보네거트는 코넬대학에서 자연과학을 전공했고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 기자, 제너럴 일렉트릭사의 홍보직원등을 거쳤으며 생계를 위해 통속소설을 쓰면서 작가가 됐다. 새와 물고기사는 보네거트 선집도 출간할 계획이다.【김병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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