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출신들이 고향처럼 생각하던 신림동 「녹두거리」가 세태에 찌들어 오염되고 있다. 서울대가 76년 관악캠퍼스로 이전한 뒤 하숙집 자취방 고시촌등이 늘어나면서 녹두부침을 안주로 소주와 막걸리를 팔던 「녹두집」이 유명해져 골목이름이 녹두거리라 불렸다. 학생들은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 술을 마시며 정치현실을 비판하면서 목청을 높이기도 했다. 그래서 녹두거리에는 지성과 낭만과 꿈이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후반부터 이 거리에 호프집 카페등이 하나 둘 들어서더니 지금은 각종 술집 1백여개, 노래방 20여개, 당구장 20여개가 3백여의 골목을 가득 메우고 있다.
심야에는 비밀 룸살롱으로 둔갑하는 술집도 3∼4곳 된다.이처럼 녹두거리가「환락가」처럼 변하자 대학생보다는 10대 건달 폭주족등이 몰려들고 폭력배까지 설쳐 밤이면 무법천지가 되고 만다.
자정이 가까워지면 뒷머리를 묶고 귀고리를 한 남자들과 진한 화장에 배꼽패션의 여자들이 심야영업 술집을 찾아드는가 하면, 짝을 찾아 어슬렁거리기도 한다. 뒤에 같은 또래의 소녀를 태운 10대 오토바이 폭주족들은 새벽까지 굉음을 내며 골목을 누빈다. 이때문에 서울대생들은 녹두거리를 「녹두 라스베이가스」라고 비하해 부른다. 이곳을 찾는 청소년들과 하숙생등 서울대생들과의 마찰도 빈번해지고 있다.
서울대생들은 자체규찰대를 만들어 정화활동을 시작했으나 속수무책이다. 「대학신문」의 안석군(20·법학1)은 『돈과 향락에 물든 기성문화가 대학문화의 순수성과 건전성을 훼손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김동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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