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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예스”/비슷하지만 전혀다른 두 독재국/북한은 “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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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바 “예스”/비슷하지만 전혀다른 두 독재국/북한은 “노”

입력
1994.09.0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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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시무시한 비현실성 “딴세계”/북한/눈과귀 열려있어 그래도 희망/쿠바 미시사 주간지 타임은 최근호(9월12일자)에서 칼럼니스트 피코 아이어가 쓴 「쿠바는 예스, 북한은 노」라는 제하의 기명칼럼을 게재했다. 다음은 이 칼럼의 내용을 요약한것이다.

 냉전의 결과를 갈망해온 지정학자들은 금년 여름 큰 보상을 받았다. 두 개의 마지막 남은 공산국가인 북한과 쿠바가 협박의 목소리를 높이고 나섰기 때문이다.

 두 나라는 마치 동남아정글에 남아 살면서 오래전 전쟁이 끝났다는 사실조차 모르는 일본군인들과도 같으며 국고가 바닥난 필사적(그래서 위험한)이고 무모하며 고립된 독재체제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갖고있다. 두 나라는 또한 아직도 피델 카스트로가 첫 반군공세를 취했으며 김일성이 자신의 유령공화국을 건설하기 시작했던 1953년과 같이 외부세계에 폐쇄돼 있다.

 그러나 이같은 표면적 유사성의 이면에서 양국은 닥터 스트레인지러브(전면 핵전쟁추진론자)와 닥터 지바고만큼이나 다르다. 북한이 어떤 사상도 존재할 수없는 짜맞춘듯한 스탈린식 암흑사회인 반면 쿠바가 마르크스의 악몽 그 자체인 제어할 수 없는 카리브해의 섬이라는 점에서도 서로 다르다. 북한에서는 정부가 매일 입는 옷의 종류까지 시민에게 지시하지만 쿠바에서는 심지어 군인들조차 행인들이 외국제 옷을 훔치도록 도와준다.

 나는 북한을 방문했을 때 마치 다른 세계에 온것 같은 느낌을 받았다. 그같은 느낌은 거리가 흠 한점없이 깨끗하고 차량이 없었으며 새벽부터 선전방송이 스피커에서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만은 아니었다. 가슴에 김일성배지를 단 무표정한 사람들이 김일성 스타디움에서 김일성대학으로 줄지어 행진하는 모습때문만도 아니었다. 그것은 외국인 관광객의 입국은 허용하지 않으면서 1백5층짜리 관광호텔을 짓고, 개최한 적도 없는 올림픽을 위해 건립한 경기장을 자랑하는 이 나라의 무시무시한 비현실성 때문이었다.

 판매중인 대표적인 서적은 김정일의 자서전이었다. 「위인 김정일」이란 제목의 이 자서전은 표지가 김정일화로 장식돼 있었는데 그 내용은 「끝없는 고뇌」 「세계가 놀란 기적」 「쓰레기 산을 소중한 제방으로」라는 소제목에 이어 전능한 지도자가 구름을 움직였다는 이야기로 결론을 맺고 있다.

 이에 반해 여섯차례에 걸친 쿠바방문은 쿠바의 고민이 세계와 너무 근접해있다는 것임을 절실히 느끼게 해줬다. 쿠바인의 대부분은 90마일 떨어져있는 미국에 가까운 친척을 두고있다. 캐나다의 토론토나 스페인의 마드리드에서 찾아온 방문객을 만날 기회도 더욱 늘고 있다.

 카스트로는 비록 「약삭빠른 판단」에서 비롯된 것이기는 하지만 학교나 거리에 자신의 이름을 사용치말도록 지시했다. 자신을 영웅시하는 문제도 거의 신경을 쓰지않은채 방치해두고 있다.

 북한의 라디오가 오직 하나의 국영방송 채널에 고정되어있는 반면 쿠바의 라디오는 싫든 좋든 세계에 열려져 있다. 이는 쿠바의 경우 최소한 어느정도 우리(미국)의 사고방식 범위내에 있는 반면 은자의 왕국 북한은 전혀 그렇지않다는 것을 의미한다.

 카스트로는 양키스타디움에서 핫도그를 먹고 프린스턴대학에서 학생들의 환호를 받았는가 하면 투나잇쇼에 출연하기도 했다. 비록 이같은 일들이 먼 과거의 일이라 하더라도 뉴욕시에서 허니문을 보낸 그로서는 최소한 미국에 대해 조금은 알고있다고 할수있다.

 반면 김정일은 단 한사람의 미국인도 만나지 않은 지도자다. 자격이 있어서가 아니라 세습때문에 권력을 잡은 새 지도자가 통치하는 북한과 대화하거나 협상하는 것은 결코 쉬운일이 아닐것이다.

 쿠바는 확실히 여러가지 얼굴을 갖고있는 데다가 잔인한 경찰국가이지만 국민들은 최소한 주제파악을 할수있을 정도로 세상을 알고있다. 그리고 집권기간에 9명의 미국대통령과 대적하고있는 카스트로 역시 어느 정도 시류에 편승할 수있을 정도로 영리하다.

 쿠바의 관영언론은 가끔 혁명의 자만심이 어떻게 혼란과 (인민의) 각성을 불러일으키고 있는지를 언급하고 있지만 북한의 선전문구는 언제나 자기찬양 일색이다.

 세계가 자기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지도 못하고 알고싶어 하지도 않는 북한에 대한 두려움은 당연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쿠바는 그들의 운명이 지난1세기동안 미국의 운명과 얽히고 설켜있다는 점에서 미국의 관심과 동정을 살만한 자격이 있다.

 미국은 이제 쿠바에 도움의 손길을 제공함으로써 1천1백만의 굶주린 인민을 돕고 북한과는 할 수없었던 거래를 할 수있는 유례없는 기회를 맞았다.【정리=김상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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