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에 집착하다 대한우호 해쳐선 곤란”/연락사무소→평화협정→미군철수설 일축 미국은 첫 북미 관계개선 협상을 불과 사흘앞둔 7일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외무장관회담을 통해 향후 북미협상 과정에서 한국과 공동보조를 취하기로 약속했다.
미국측의 이같은 한국정부 무마작업은 북미대화가 미국의 국익이 걸려있는 주요 이슈이기는 하지만 한미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희생하면서까지 이를 추진해서는 곤란하다는 판단에서 나온 것이다.
미국이 북한측의 따가운 시선에도 불구하고 한미간의 유대관계를 새삼 강조하고 나선 것은 그들의 발빠른 대북접근에 따른 한국측의 상대적 소외감을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는 결론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미관리들은 북미관계의 「과속조짐」에 제동을 걸기위해 서둘러 워싱턴을 찾아온 한장관을 과거 어느때보다도 정중하게 대하는 듯했다. 오랜만에 『(한국은) 우리의 절친한 우방』이라는 표현이 재등장했다.
미국측은 이번 회담에서 북미대화와 남북대화의 연계에는 분명한 반대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북핵문제는 남북비핵화선언 이행의 전제가 되는 남북대화없이는 완전히 해결될 수 없다는 점에 한국측과 견해를 같이했다.
미국은 북미간 연락사무소 교환작업이 남북관계 개선과 병행추진돼야 한다는 한국정부의 주장에 공감하면서도 북한에 남북대화를 적극적으로 강요할 수 없는 사정때문에 딜레마에 빠져있다. 북한은 김일성의 사망에 대한 한국의 조문거부로 대남 적개심이 엄청나게 고조돼 있어 당분간 대화 테이블에 나서기가 곤란한 실정이라고 워싱턴의 북한문제 전문가들은 말했다.
미국정부는 그러나 북핵문제가 만족스럽게 타결되기 이전에는 평양주재 연락사무소는 개설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재천명했다. 미행정부는 이같은 입장을 6일 한장관과 로버트 갈루치국무차관보와의 회담직후 열린 갈루치와 일본 외무성 고위관리간의 별도회담에서 일본측에도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워싱턴에서 열린 학술회의 참석차 국무부를 방문한 이 일본관리는 갈루치차관보와의 회담에서 『미국이 자국의 이해관계만을 앞세워 북미관계 개선을 지나치게 서두르는게 아니냐는 일본정부의 우려를 미국측에 전달했다』고 밝혔다.
미국관리들은 한국정부 일각에서 북미간 연락사무소 개설조치가 순식간에 양국간의 평화협정 체결로까지 이어질지도 모른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음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다. 이같은 우려는 평화협정의 체결이 곧 미군철수로 이어지고 이는 또 한반도에서 안보상의 불균형을 초래하게 된다는 시나리오에 근거한 것이다.
미관리들은 그러나 한장관과의 회담에서 이같은 우려는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엄청난 안보이해를 잘모르는 순진한 발상에서 나온것으로 이를 일축했다. 평화협정의 체결도 남북 기본합의서에 명시된 대로 결국 남북한간의 내부문제라는 한국정부의 입장에 전폭적인 지지를 보냈다.
워싱턴의 분석가들은 클린턴행정부가 앞으로도 남북한 당국을 동시에 다독거려가며 북핵문제의 해법을 모색해야하는 어려운 상황을 맞고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이들은 미국정부가 대화를 통한 북핵문제의 해결이라는 기본원칙은 철저히 고수할 것으로 내다봤다.
북핵문제는 지난 6월 지미 카터전미대통령의 북한방문 이전까지만해도 미국 외교의 최대 골칫거리였으나 이제는 중간선거를 두달남짓 앞둔 클린턴행정부의 주요 치적으로 지적되고 있다.
클린턴대통령은 현재 상원에서 56대 44, 하원에서 2백56대 1백78(무소속 1석)로 우세한 민주당의 의석분포가 오는 11월의 중간선거에서 뒤바뀔 가능성 때문에 초조해 하고있다. 중간선거에서의 승리는 물론 오는 96년 재선을 꿈꾸고 있는 클린턴의 1차적인 외교관심사는 북핵문제가 더 이상 국제적인 위기로 비화되지 않도록하는 일이다.【워싱턴=이상석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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