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부는 94학년도 대학입시 합격자중 복수지원 규정을 어긴 1백4명을 적발하고, 위반책임이 분명하게 드러난 14명의 합격을 취소했다. 이미 대학에 등록하여 한학기를 다닌 학생들이 제적된것은 딱한 일이고, 그중에는 동정할만한 사례도 있으나, 복수지원 규정을 위반하면 합격이 취소된다는 것은 공지되었던 사실이므로 제적은 당연한 것이다. 명문대학들의 입시날짜 담합으로 우수학생들의 불합격을 줄인다는 복수지원제의 주요 목표가 무색해지기는 했지만, 수험생들은 복수지원제의 실현으로 그 이전과 비교할수 없는 좋은 조건아래 대학을 선택하고 있다. 온나라의 수험생들이 같은날 같은 시간에 시험을 치름으로써 다른 대학 지원이 원천적으로 봉쇄됐던 과거의 입시제도가 철저한 대학위주의 제도였다면, 복수지원제는 수험생 위주로의 전환이다.
과거에 수험생들은 전기 한번, 후기 한번만 응시할수 있었으나, 94학년도에는 특차·후기를 포함하여 5·6회나 응시할수 있었다. 또 포항공대같은 1급대학이 서울대와 다른날로 입시일을 잡음으로써 성적이 좋은 학생들의 재수를 줄이는 성과도 거둘수 있었다. 이처럼 수험생의 입장에서 조건이 크게 유리해졌는데도 규정을 어기면서 요행을 노리다가 입학취소라는 가혹한 처벌을 받은 학생들이 있다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규정대로 하면 뭔가 손해를 보는것 같은 심리, 온가족이 워키토키를 들고 이 대학 저 대학으로 뛰면서 마지막까지 눈치작전을 벌이다가 원서를 내야만 직성이 풀리는 이 시대 학부모들의 극성이 부른 불행이다.
1백42개 4년제 대학의 94학년도 지원자 1백6만8천3백32명을 컴퓨터에 입력하여 규정위반자들을 일일이 찾아낸 교육부 담당자들은 『컴퓨터를 시험하지 말라』고 95학년도 수험생들에게 당부하고 있다. 규정을 위반하는 어리석은 짓을 하면 컴퓨터가 족집게처럼 집어낼 것이라는 경고다.
교육부는 규정을 지키려는 노력과 함께 복수지원제를 개선하려는 노력도 해야 한다. 현재의 규정에 의하면 어느 대학에 한번 합격한 사람은 다른 대학에 응시할수 없고, 전기대학의 2지망 학과에 합격한 사람도 후기대에 지원할 수 없는데, 이런 규정들을 전향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다. 과거의 입시제도에서도 전기대 2지망 학과등에 합격하여 그 결과가 만족스럽지 않은 학생들은 후기에서 한번 더 1지망 학과에 도전할수 있었는데, 새 제도에서는 그런 선택이 오히려 제한되고 있다.
어렵게 시작한 제도인 만큼 복수지원제가 실질적인 교육효과를 증대시킬 수 있도록 발전시켜가야 한다. 2중·3중 합격자들의 양산과 그들의 이동으로 인한 혼란, 대학들의 정원미달 우려, 선의의 피해자 발생등에 너무 방어적으로 대처하지 말고, 수험생들의 대학선택권을 넓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편집위원>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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