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로운 현대 가장의 얘기 잔잔히 그려 치열한 경쟁속에서 오직 앞만 보고 달려야 하는 40대 남성. 젊음은 사그라져 가고 아직 책임져야 할 가족때문에 조금도 긴장을 늦출수 없는 우리사회 중년들. 『다 누구 때문에 이러는 줄 아느냐』고 소리치면 오히려 가족들은 가정적이지 못한 남편·아버지를 비난의 눈길로 바라봐 편안히 쉴 곳조차 없다. MBC TV 3부작 「생의 한가운데」(8월31일∼9월2일 방영)는 이처럼 외로운 이 시대 가장의 얘기를 잔잔하게 그렸다.
「세계가정의 해」특집으로 제일기획이 영화감독 장길수를 연출자로 내세워 제작한 이 드라마는 우선 주제를 다루는 소재가 신선했다. 가정 안에서 가정의 얘기를 하지 않고 어느 분야보다 경쟁이 치열하고 사회의 눈마저 곱지 않은 자동차영업소 소장인 43세의 박준호(정동환 분)와 미혼보험설계사 영주(하희라분)의 생활을 통해 가정의 소중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내 오히려 공감을 크게 했다. 영주가 준호의 자살을 믿을 수 없어 그 원인을 추적하는 과정이 줄기를 이룬 이 작품은 특정직업에 대한 생생한 묘사와 출연자들의 열연이 동반돼 그들의 눈으로 찾아낸 아픔들이 진솔하게 다가왔다. 영화감독이 만드는 드라마의 경우 범하기 쉬운 현란한 자극성이나 기교의 남용도 찾아볼 수 없었다. 아마 장길수감독의 깔끔하면서도 드라마란 틀을 벗어나지 않은 편안한 연출솜씨 덕분일 것이다.
아쉬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준호와 그의 아내 미숙(권재희 분)의 갈등이 지나치게 생략됐고 영주와 조사과 직원인 진일(이효정 분)이 내린 결론과 결론의 번복은 논리가 엉성해 드라마전체의 감동을 떨어뜨렸다. 생명보험협회로부터 제작비 전액을 지원 받은 탓일까. 특정분야에 대한 지나친 홍보성 내용과 간접광고를 연상시키는 특정자동차상표의 빈번한 등장도 눈에 거슬리는 부분이었다.【이대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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