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가 과열현상까지 드러내고 있는 지금 우리경제의 최대현안과제는 물가다. 우선 오는 9월20일의 추석물가안정이 다급하다. 정부가 연례적인 물가인상대목인 추석에 대비하여 초강경 물가안정 대책을 쓰고 있는 것은 이해가 간다. 소비자물가가 지난 8월말 현재 올해들어 6%인상, 이미 연간목표선을 돌파한데다가 이번 추석에 또 다시 물가가 크게 인상된다면 올해 물가안정은 완전히 실패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더욱이 현재의 뜨거운 경기는 과소비, 부동산투기등 물가상승 기폭요인을 내재하고 있고 이상 한발과 고온의 일기불순이 가져온 농수산물의 작황부진은 계속 농수산물의 가격을 금값으로 붙잡아두고있다.
추석이 올해 물가전선의 분수령이 되고있다. 정재석부총리겸 경제기획원장관도 『추석만 제대로 넘길 수 있다면 올해 소비자물가를 6%내외에서 안정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정부는 추석물가대책으로 쌀, 조기, 목욕료등 31개추석용품을 선정, 물량공급의 확대, 매점매석 금지, 부당인상 억제등 특별히 관리키로했다. 이러한 처방은 연례적인 것이다. 추석이면 으레 해온 것이다.
그러나 예년에 없던 대책이 있다. 공산품과 농축산물에 대한 정부의 가격인하압력이다. 상공자원부와 농림수산부는 가전, 백화점, 승용차, 축산물등 관련업계에 주요품목들에 대해 5%내지 10%의 가격인하를 「종용」했다는 것이다. 정부의 가격인하요구조처를 일방적으로 비판만 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없지도 않다.
우리나라기업과 상인들은 대목이면 으레 가격을 올려 폭리를 보려는 성향이 있다. 뿐만아니다. 경기가 나쁘더라도 좀처럼 가격을 내리지 않는 하방경직성이 있다. 우리나라 유통체제의 이러한 전근대성을 감안한다면 정부의 가격인하요구도 크게 물의를 일으킬만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역시 정도는 아니다. 버려야 할 변칙이다.
정부가 직접적으로 영향력을 행사, 기업과 농축수산업 단체등에 대해 가격을 어느 선까지 인하할 것을 강요하는 것은 가격구조를 근본적으로 왜곡시키는 것이다. 가격이야말로 가능한한 시장기능에 의해 결정되도록 해야 한다. 그것이 경제의 효율성을 보장하는 것이요, 자본주의 시장경제원리의 요체가 되는 것이다. 누구보다도 물가정책을 담당하고 있는 경제관료들이 이점을 잘 인식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지금까지 우리나라 물가정책의 최대 결함은 물가지수관리정책의 단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 물리적인 물가 인하정책은 이미 73년 오일쇼크 직전 소위 「물가3%」정책추진 때도 써 보았다가 실패했던 정책이다. 소비자에게 혜택이 공표된만큼 오지 않을뿐더러 품질저하·양의 감소등을 가져올 수 있다. 또한 추후 가격인상폭을 확대할 수 있는 것이다.
시장왜곡이나 기업채산악화가 심화되기 전에 가격인하강요정책은 철회돼야 할 것이다. 미·일처럼 기업의 자발적인 「가격파괴」를 유도할 수 있는 경제정책은 없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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