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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남존여비의식 빨리 버려야/샤론 메리트(내가본 한국한국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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뿌리깊은 남존여비의식 빨리 버려야/샤론 메리트(내가본 한국한국인)

입력
199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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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난 두딸을 가진 50세 된 주부다. 이곳에 좀 더 오래 살고 좀 더 많은 걸 배울수록 우수한 문화를 강탈당한 한국의 아픈 역사를 새삼 깨닫게 된다.그와 함께 그 아픔을 이겨낸 한국 고유의 가족적인 전통문화를 더욱 이해하게 된다. 외세의 잦은 침략속에서도 단절되지 않은 한국의 문화·언어가 미래의 세대까지 보존되기를 바란다. 하지만 한국의 전통중 현재의 시대상에 맞지 않는 부문은 이젠 개선돼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바로 여성에 대한 한국인들의 사회인식이다.

 현대 한국여성들중 상당수는 남성들에 비해 훨씬 불리하게 자신들을 옭아매고 있는 폐습과 낡은 법률들을 바꿔 삶을 보다 개선시키려고 애를 쓰고 있다.

그러나 한국여성들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이곳에는 구습이 여전히 남아있는 것 같다. 「남편이 하늘이면 아내는 땅이다」라는 옛말에서 알 수 있듯이 여자는 언제나 남자보다 능력과 중요성면에서 뒤떨어지고, 따라서 남자와 여자에 대한 대우는 달라야한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이곳에 잔존하는 「남아선호사상」도 아마 그런 사회인식에서 기인한 것 같다. 서구에서는 선뜻 받아들이기 힘든 것이다. 최근 영자신문에서 본 글도 이런 남아선호사상에 심적고통을 겪는 한 주부의 이야기다.

 『난 딸을 둘 둔 엄마예요. 요즘 나이 든 아주머니들로부터 왜 아들을 갖지않느냐는 질문에 무척 시달리고 있습니다. 남편은 아들이 없다는 사실에 개의치않는 표정이지만, 그런 남편의 무관심이 오히려 날 화나게 합니다. 지금은 아들이 필요없지만, 내가 나이들었을 때 아들이 없어도 과연 괜찮은걸까요. 난 지금 혼란에 빠질 지경입니다. 당신같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나는 아들낳기를 권유하는 그 아주머니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여자로서 당신들은 딸보다도 아들이 낫다는 그 낡은 전통을 젊은 여성들에게까지 강요해서는 안됩니다. 이 곳의 문화가 고스란히 보존되는데 한국여성들의 역할이 얼마나 컸는지 아직 모르고 있습니까.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당신들의 강요로 아들을 가지려고 지금 곳곳에서 인공적인 시술을 받고있습니다. 이러다가는 앞으로 몇년내에 성비율이 한쪽으로 기울어지게 됩니다. 이곳 소년들이 결혼할 무렵엔 여성들의 희소가치는 더 커지고 남성들은 여성들을 서로 차지하려고 싸우게 될는지도 모릅니다』

 이곳의 아들, 딸들을 밝고 명랑하게 키우고 가족이라는 구성체를 유지시키며 가족의 경제를 조절하는 데 큰 희생을 치른 건 남성들이 아닌 바로 한국여성들이다. 이곳에서 발발한 수많은 전쟁을 보더라도 남성들이 싸움터에 나간 그동안에 한국여성들은 그들의 창조성과 지성, 인내로 가족의 울타리를 굳게 보호해왔다. 이런 희생과 고통을 묵묵히 감내해 온 한국여성들이 이젠 남성들과 같은 대우를 받는 건 당연한 일이 아닐까.<미국인·전 국제여성회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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