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조기가 평양에서 휘날릴 날은 언제일까. 코카콜라를 팔려는 미국의 비즈니스맨들이 북한을 방문할 때가 그리 멀지 않은 것 같다. 또한 북한이 그토록 「철천지 원쑤」라고 비방하던 미국, 그 심장부인 워싱턴DC에서 인공기를 볼 날도 예상이 된다. 미국과 북한이 과거를 역사속에 묻고, 새출발을 하려는 발빠른 행보가 눈에 띈다. 오는 23일 제3차 북미회담(2회) 결실을 위한 전문가회담이 10일부터 평양과 베를린에서 동시에 개최된다. 이 실무급 회담에서는 북한핵동결·경수로지원·외교대표부(DIPLOMATIC MISSIONS)를 설치하기로 합의를 볼 것 같다. 적대49년의 미국과 북한이 「미래」라는 한배를 타려고 하고 있다. 바야흐로 한반도역사가 새로운 장으로 접어들고 있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벌써 미주의 교포들은 남북한의 축소판인 재일민단과 조총련과 같은 조직이 미국 곳곳에서 생겨날 것까지 우려를 하는 실정이다.
이미 미국의 언론은 지난 8월12일 북미3차회담합의를 「외교적 승리」라고 보도했다. 백악관의 레온 파네타비서실장은 『변화하는 세계속에서 북한과 대화하는 것은 우리에게 유익하다』며 앞으로의 낙관론까지 비쳤다. 또한 클린턴행정부의 북한정책을 비판하던 브랜트 스코크로프트전안보수석도 『북한이 약속을 잘 지켜 나간다면 발전적인 단계』라고 논평했다. 오늘 미국의 북한정책은 분명하다. 북한을 국제사회의 책임있는 일원으로 이끌어 내겠다는 것이다. 미국의 여론도 북한을 대화상대자로 인정을 하고 있다.
클린턴행정부는 김정일 새체제가 우선 안정되기를 바라고 있다. 북한의 안정이 바로 한반도의 안정이라는 논리이다. 다음은 핵문제해결과 경제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져야 한다는 실리중심의 정책이다. 북한이 핵문제에 성의를 보이는 동시 경제지원도 함께 해야 한다는 의지이다. 한국이 지난 2년 『북한핵문제가 해결되어야 경제협력을 하겠다』는 방침과는 대조가 된다. 다음은 「과거핵」에 대해서 너무 집착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핵확산금지조약(NPT)에 잔류하면서 현재로부터 핵재처리등을 동결하겠다면 그냥 넘어갈 수가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이 과거핵규명과 두곳의 특별사찰문제에 대해서 너무 강하게 나오는데에 미국은 당혹을 금치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미 한반도정책을 수정해 나가고 있다. 한국과의 최대우방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북한과 등거리 실리외교를 펴 나가겠다는 것이다. 2개의 한국론을 현실적으로 수용하겠다는 새변화를 보이고 있다. 미국이 북한과 정식외교관계를 수립하고 서울과 평양에 대사관을 두는 날, 한국은 북한과 미국까지도 통일협상테이블에 함께 앉아야 하는등, 통일의 그 길이 더욱 어려워질 수도 있다고 내다보는 학자도 있다.
한국정부의 북한정책, 통일관이 더욱 유연해야 할 때이다. 명분론 못지않게 실리면에도 눈을 돌려야 한다. 미국과 북한의 발빠른 회담에 한국이 소외되어서는 안된다. 과거핵규명 경제교류금지등 원론에 머무는 사이 미국은 자기의 국익을 위해서 조용히 실리면으로 나갈 것이다. 특히 빌 클린턴대통령이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유리하게 이끌기 위해 북한과 극적합의를 도출해낼 수도 있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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