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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폭주족/심야도로 “무법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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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 폭주족/심야도로 “무법흉기”

입력
199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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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굉음 질주… 음주운전… 중앙선침범/올사고 서울만 1천5백여건/경찰단속 비웃듯 갈수록기승 4일 밤 11시30분께 서울 신촌 이대입구 간선도로. 요란한 굉음을 내며 오토바이 3대가 곡예하듯 차량 사이를 누비며 질주했다. 그 중 한 대가 중앙선을 넘어 반대편 차선으로 돌진하다 급브레이크를 잡자 마주오던 차들이 요란한 경적을 울리며 급정거했다. 귀청을 찢는 듯한 소리에 놀란 행인들은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이렌을 울리며 아현동 방향으로 달아나는 오토바이들을 보고 또한번 놀랐다. 모두가 고교생쯤으로 보이는 10대 후반인데다 아무도 헬멧을 쓰지 않았던 것이다.

 2,3년 전부터 생겨나 최근 부쩍 늘어난 심야 오토바이 폭주족들의 행패는 젊은이들이 많이 모이는 화양동 방배동 압구정동 신림동등의 유흥가 간선도로, 잠실 뚝섬일대, 한강시민공원등에서 매일밤 목격된다. 주말이면 더욱 기승을 부려 이들 지역은 교통 무법천지가 된다.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인 폭주족들은 국적불명의 복장과 요란한 액세서리로 치장된 오토바이를 몰고  떼지어 질주하며 속도감을 즐긴다. 「초보운전」표지를 붙인 차를 보면 요란하게 호루라기를 불어대 운전자의 혼을 빼놓고, 경찰순찰차를 에워싸고 놀리는 패들도 있다.

 경찰의 추격을 받으면 주택가 골목길로 숨어들어 곡예운전으로 달아난다. 경찰은 무리한 추격으로 사고를 낼까 봐 쫓기를 포기하고 만다. 폭주족들은 헬멧을 쓰지 않는다. 『귀찮고 불편하다』는 것이 이유다. 안전장구 착용의무위반으로 단속에 걸리면 도망치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

 올들어 7월말까지 서울에서 일어난 오토바이 교통사고는 1천5백42건이나 된다. 42명이 숨지고 1천8백39명이 부상했다. 사망사고의 54.8%가 밤8시∼새벽4시에 일어났다. 사고원인도 안전운전 불이행, 과속, 신호위반, 중앙선 침범, 무면허, 음주운전등이었다.

 폭주족들이 타고 다니는 오토바이는 대부분 배기량 1백25㏄급의 국산 중고품. 중고품은 마음대로 개조하기에 부담이 없기 때문이다. 속칭 「쇼바」로 불리는 뒷좌석을 20㎝ 이상 높이고, 머플러에 3∼4개 정도의 작은 구멍을 내 경주용 오토바이와 흡사한 굉음을 내게 한다. 일부 오토바이 가게에서는 3만원만 주면 불법 개조를 해준다. 이곳에서는 불법 부착물들도 판다. 야광장갑 경조등 사이렌등이 인기 품목이다. 국산보다 2∼4배 비싼 외제품을 더 선호한다.

 10대들의 오토바이 열풍은 일주일에 한번 있는 원동기(오토바이) 면허시험 응시자중 70%이상이 10대 후반이나 20대 초반인 사실에서도 잘 드러난다. 도로교통법은 원동기 면허 응시자격연령을 16세이상으로 규정, 고교생들의 오토바이선풍을 부채질하고 있다.

 서울 강남 운전면허시험장 부장장 오옥자경감은 『원동기 운전면허 시험에는 매주 평균 1백40명이 응시하는데 청소년이 대부분이다. 학기중에는 결석이나 조퇴까지 하면서 시험을 치러오는 고교생들도 많다』고 말했다.【하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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