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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아주 신탁통치를/윌리엄 파프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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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연합,아주 신탁통치를/윌리엄 파프 미 칼럼니스트(해외칼럼)

입력
199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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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프리카에 대한 새로운 신탁통치가 필요하다. 오늘날 아프리카가 당면하고 있는 문제들을 진지하게 생각해야만 한다. 탈식민지화이후 문화적으로 황폐해지고 뿌리뽑힌 아프리카의 비극을 유럽인들은 외면해왔다. 지금도 그런 입장을 계속 견지한다는 것은 우리 모두를 인종·종족 학살의 공범자로 만들뿐이다.

 르완다는 이런 재앙중 가장 최근의 예일 뿐이다. 아마도 부룬디가 그 다음이 될 것이다. 자이르는 사회기강이 무너지고 부패로 얼룩진 곳이다. 소말리아,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은 무분별한 폭력과 정치적 혼란, 군벌주의가 판을 치는 곳이다. 앙골라, 모잠비크, 에티오피아등은 미국과 구소련, 쿠바 그리고 남아프리카등의 자국중심적 정책의 철저한 희생양일 따름이다. 강대국들은 이들 나라에서 자신들의 이데올로기를 관철시키기 위해 아프리카인들을 통해 대리전쟁을 벌였다.

 한때 아프리카국가중 전망이 밝았던 케냐, 나이지리아, 아이보리 코스트도 쇠퇴일로에 있다. 지난 3년동안 이들 국가에서 독재체제를 무너뜨리기 위한 일련의 민주화운동은 현재 파국을 맞고있다.

 이런 상황에서 아프리카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아프리카인들 자신이 지금 명백히 다스릴수 없는 나라들을 재식민지화 해야 한다고 말한다. 케냐의 역사가 알리 마즈루이는 신탁통치의 다국적동맹이 설립되어 유엔이 지정하는 아시아 나라들과 함께 가망없는 아프리카 국가를 평화유지군으로 신탁 통치해야 한다는 견해를 밝히고 있다.

 그러나 한 나라가 아프리카의 어떤 나라를 신탁통치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어떤 국가가 득볼것도 없는 데 책임만 떠맡으려고는 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엔같은 국제적기구의 신탁통치같은 것도 가능할 것같지 않다. 유엔은 이미 과도한 부담을 지고있으며 현재 평화유지군을 모집하는데도 어려움이 많다. 더구나 재정적으로도 파탄상태이다. 설사 한다고해도 유엔은 한 나라를 실질적으로 통치할 기구가 없다. 유엔 회원국간의 정치적 대립과 갈등도 이것을 힘들게 할 것이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이 있는가. 몇가지 질문을 던져보면 분명해질 것이다. 우선 아프리카의 이 재앙에 누가 책임이 있는가. 답은 유럽제국들이다. 19세기에 아프리카를 식민지로 만들어 고유의 사회 정치 체제를 파괴하고 관습적인 제도와 법까지 망가뜨렸다.

 그러나 유럽인들은 50, 60년대 반식민주의 시대물결과 아프리카인들의 자유화 요구, 미국과 소련등의 압력을 받고 철수했다. 그러나 그들은 민주주의 실현에 필수적인 중산층이 형성안된 이들 나라에 서구식 교육을 받은 소수의 엘리트들을 권좌에 남겨놓고 떠나버렸다.

 두번째로 누가 아프리카 구원에 절실한 이해관계를 갖고 있는가. 역시 유럽이다. 유럽이 아프리카 광물과 농산물의 주요소비자라는 사실을 제외하고라도 아프리카의 붕괴는 수십만 심지어 수백만의 사람들이 질서와 직업과 안전과 미래를 찾아 유럽으로 몰려든다는 사실이 이를 입증한다. 거의 통제가 불가능한 이들의 유럽이민은 이미 커다란 사회문제가 되고 정치적 긴장을 불러오고 있다.

 세번째 질문은 누가 아프리카를 가장 잘 통치할 수 있는가 하는 점이다. 확실히 유엔도 아니고 미국도 아니다. 소말리아사태가 이를 말해준다. 이탈리아와 프랑스는 미국과 유엔의 소말리아개입의 위험성을 누차 경고했다. 식민지 종주국이었던 이탈리아인들이 소말리아를 이해하는 것은 프랑스인들이 서부와 중부아프리카를, 영국인들이 동아프리카를,포르투갈인들이 앙골라와 모잠비크를 아는 것과 같은 것이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의 언어들을 안다. 그리고 식민지시대의 행정관료들 뿐만 아니라 이 지역들에 관심있는 전문가와 학자들도 많이 있다.

 그렇다면 이 신탁통치를 어떻게 이룰 것인가. 유럽의 어떤 국가도 이전 식민지를 재식민지화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러나 전체로서의 유럽연합은 가능하다. 유럽을 위한 국제적 역할수행을 원한다고 주장하는 유럽연합은 집단적으로 아프리카대륙의 쇠퇴를 막고 발전이 가능토록 아프리카제국과 협력할 수 있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인들과 함께 질서, 정치 사회체제를 회복하고 보건·교육제도를 재구축하고 국민경제의 하부구조를 마련하며 유능한 행정체제를 출범시키는 일을 하는 공동의 신탁통치기구를 만들 수 있다.

 이것은 50년이 걸릴 프로젝트일 것이다. 아마도 한세기가 걸릴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것은 아프리카의 구원이 될 것이며 유럽인들에게는 감동적인 작업이 될 것이다. 유럽인들은 아프리카인들에게 『우리는 식민의 역사를 통해 아프리카대륙의 「현대화 여행」을 당신들과 함께 시작했고 지금은 당신들이 그 여행을 완성하는데 우리가 동참하고 있을 뿐』이라고 말해야 할 것이다.【정리=박진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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