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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마다 생필품사재기 열풍/쿠바 난민사태… 김인규특파원 현지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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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점마다 생필품사재기 열풍/쿠바 난민사태… 김인규특파원 현지 르포

입력
1994.09.0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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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달러 50배나 폭등/자고나면 한집 두집 떠나가/관광 성수기불구 호텔 “썰렁” 『매일매일의 생활도 어렵지만 자고나면 어느 집의 누가 떠났다는 말에 공연히 초조해져 너도나도 바다로 나서게 됩니다』

 한달째 계속되고 있는 난민탈출 사태를 바라보는 많은 쿠바인들은 불안한 심정을 감추지 못하는 듯 했다. 3일 현재(현지시간) 아바나시내는 특별히 불온한 기미는 보이지 않고 평온한 듯 했으나 평소와 달리 요소요소에 경찰병력이 깔려 다소 긴장된 분위기를 연출했다.

 기자를 태우고 아바나시내로 향하다 탈출용 뗏목을 자전거에 끌고 가는 젊은이를 본 택시기사 안드레스 페냐는 탈출이유를 묻는 질문에 『정치적 이민이 아닌 경제적 이민자들』이라고 답변했다. 잘살기 위한 탈출이라는 간접대답이었다.

 대량 난민탈출 사태의 근본적 원인은 날로 심각해 지는 쿠바경제라고 할 수 있다. 쿠바경제는 지금 최악의 상황이다. 절대통치의 사회주의 국가임에도 암달러 시세가 공정환율보다 50배나 치솟고 있다. 암달러 시세의 폭등은 동구권 국가들이 그랬던 것처럼 체제의 와해를 부채질하는 것. 미국정부가 지난달 20일 달러송금금지등 4가지 대쿠바 추가경제제재조치를 취한 이후 아바나시내의 암달러 시세는 더욱 폭등하고 경제는 회복불능의 하향세를 치닫고 있다.

 쿠바 통용화폐인 페소와 달러의 공정환율은 1대1. 달러송금중단 조치가 내려지기 전까지만 해도 달러는 암시장에서 약 20대1의 시세로 거래됐다. 그러나 이 조치 후 달러는 단숨에 30대1까지 시세가 뛰었으며 지난달 31일 이후에는 50배까지 치솟았다. 암달러 시세의 폭등세는 미국이 송금중단조치를 철회하지 않는 한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아바나시내의 한 암달러상은 80년대 말까지만 해도 달러는 3∼8배로 거래됐으나 90년 동구권등 소련블록이 와해되면서 시세가 급등, 올해초엔 80대1의 최고시세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한편 미국으로부터의 달러유입이 막히자 기존의 달러 보유자들은 외환상점의 상품값이 뛸 것에 대비, 다투어 달러상점에 몰려들어 생필품 사재기에 열중하고 있다. 아바나 신시가지에 위치한 두빌호텔내 외환상점의 한 여점원은 미국의 송금중단 조치가 발표된 뒤부터 평소보다 3∼4배가 늘어난 1백50여명의 손님들이 몰려오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내 쿠바인들이 연간 합법적으로 쿠바에 보내는 현금및 각종 물건들은 약 2억달러로 추산되고 있다.

 이같은 합법적인 송금외에 멕시코등 제3국을 통한 불법송금을 모두 합칠 경우 연간 4억∼4억5천만달러가 쿠바에 유입됐던 것이다.

 이 액수는 지난해 쿠바가 사탕수수 수출(7억7천8백50만달러) 해외관광객유치(7억달러)로 벌어들인 외화에 이어 세번째로 많은 외환 소득액이다.

 쿠바가 가장 많이 외국에 파는 광산물인 니켈의 지난해 수출총액이 2억2천만달러에 불과한 점을 고려할 때 미국내 쿠바인들의 송금이 쿠바경제에 기여한 정도를 짐작할 수 있다. 이같은 점에서 미국정부의 대쿠바 추가경제제재는 쿠바인들에게 보다 심각한 주름살을 안겨줄 것이 분명하다.

 쿠바인들의 대량 탈출사태로 인한 정정불안은 쿠바정부가 외화획득을 위해 가장 심혈을 쏟고 있는 외국 관광객들의 숫자도 격감시키고 있다. 지난 1월 기자가 쿠바를 방문했을 때만 해도 상파울루발 쿠바행 비행기는 외국관광객들로 좌석을 모두 채웠다. 그러나 지난달 28일 쿠바행 비행기는 당시와 동종인 일류신 62편임에도 전체좌석 1백20석가운데 4분의 1만이 자리를 메웠다. 아바나해변에 늘어선 카프리 넵튜나 트리톤 코모도로등 관광호텔들도 지금이 성수기임에도 불구하고 당시보다 여행객들의 숫자가 많이 줄어들었다.

 카프리 호텔에 투숙한 브라질 광고업자 프란시스코 니우슨씨는 『한달전 이곳을 방문했을 때는 호텔식당들이 손님들로 만원을 이루어 자리가 날 때까지 기다리는 일이 많았으나 이번에는 빈 자리가 절반가량 되는 것같다』고 말했다.【아바나=김인규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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