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고나면 말끔한 공장·아파트가 “쑥쑥”/경기활력 주민들도 신바람… 동·서격차 착실히 풀어가 독일이 통일(90년10월3일) 4년째를 맞고 있다. 경제체제가 전혀 다르고 경제수준의 격차가 심해 통일독일이 의외의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는 우려의 소리가 높았지만 동부독일(구동독)의 경제수준을 서부독일(구서독)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은 이미 결실을 거두고 있다. 동부독일은 중국 동남아와 함께 세계에서 경제개발이 가장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는 지역중의 하나로 부상했고 서유럽과 동유럽의 전략적 요충지라는 장점 때문에 외국기업의 투자도 러시를 이루고 있다. 남북한 통일에 대비해야 하는 우리로서는 독일은 생생한「통일의 학습장」이면서 동·서유럽이라는 거대한 시장을 겨냥할 수 있는 전략적인 투자요충지다. 동부독일의 경제개발 현장을 소개하고 이를 통해 어떻게 구동·서독의 경제통합이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본다.【편집자주】
동부독일은 전지역이 하나의 거대한 건설현장이다. 자동차나 기차를 타고 달려보면 동부독일 전체가 왕성한 세포분열을 일으키고 있는 생명체나 다름없음을 실감할 수 있다.
도시가 형성된 곳이라면 어김없이 하늘높이 타워크레인이 솟아 바삐 움직이고 있고 폐허화된 공단지역에는 최첨단시설을 갖춘 말끔한 공장들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통일후 계속된 사회간접시설 투자계획에 따라 철도의 현대화는 거의 마무리단계에 와있고 기존도로의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이다. 일반주택들도 낡은 모습을 버리고 새 단장을 하는가 하면 곳곳에 현대식 아파트단지가 조성되고 있다.
동부독일의 재건에 참여하고 있는 서부독일의 관계자는 물론 동부독일의 고급기술자 근로자 주민들도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동부독일의 모습에 스스로 놀라며 신이 나 있다. 체제의 차이, 이에 따른 경제력의 격차등으로 통일독일은 상당기간 엄청난 시련을 겪을 것으로 전망되었지만 독일은 놀라울 정도로 슬기롭게 난관들을 극복, 세계에서 가장 최첨단의 시설을 갖춘 산업기지를 건설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독일사람들은 동부독일의 놀라운 경제재건과정을 지켜보면서 조심스럽게 『「엘베강의 기적」이 일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엘베강은 동부독일의 남동지역에서 북서지역으로 대각선으로 관통하며 흐르는 독일 제2의 강이다. 물론 이 말속에는 구서독이 2차대전후 「라인강의 기적」으로 경제강국이 되었듯이 동부독일이 통일후 「엘베강의 기적」으로 통일독일 경제의 기관차가 되어달라는 기대감이 깃들여 있다. 대부분의 독일사람들은 동부독일이 서부독일의 부를 갉아먹는 것이 아니라 동부독일 자체의 왕성한 경제재건으로 독일경제 전체에 엄청난 경쟁력을 부여하면서 다시한번 부국의 추진력을 얻을 것으로 믿고 있다.
이같은 믿음은 지난해부터 서서히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독일은 통일후 불경기의 늪에 빠졌으나 지난해부터 바닥을 벗어나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1·2%. 그러나 올해는 2%의 성장세로 반전될 것이 확실시되고 있다. 특기할 만한 것은 올해 독일의 경제성장은 동부독일의 산업화로 이뤄지고있다는 점이다.
독일연방경제부의 「신연방주」태크스포스팀(독일연방의 새 주로 편입된 동부독일 6개주의 경제개발을 전담하는 부서) 팀장 베르나드 벨트루프박사는 『지난해부터 사실상 동부독일의 산업화가 전체 독일의 경제성장을 이끌어가기 시작했다』며 『지난해 동부독일의 GDP(국내총생산)성장률이 7%였고 올상반기에는 8%로 높아졌으며 내년에도 8%의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물론 동부독일 스스로의 성장이 아니라 서부독일의 자본투입에 의한 성장이라는 점, 국영기업 민영화에 따른 대량실업발생으로 동부독일의 실업률이 16%에 달한다는 점등 여전히 문제점이 없지 않지만 통일독일은 ▲국영기업의 민영화 ▲중소기업 창업 ▲사회간접시설 투자확대등을 통해 서로 다른 구동·서독의 경제체제를 하나로 통합하는 과제를 착실히 풀어가고 있다.【베를린=방민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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