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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택/김동길/박찬종/야권통합 무산 동병상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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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택/김동길/박찬종/야권통합 무산 동병상련

입력
1994.09.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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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상강화 하려다 「상처」만 입어/리더십 흠집 당권도전 거세져­이/사퇴파동 겹쳐 신뢰감에 먹칠­김/서울시장후보 근접기회 상실­박 이기택 민주당대표와 김동길·박찬종 신민당공동대표에게 9월은 잔인한 달이 돼버렸다. 의욕을 가지고 추진했던 야권통합이 무산됐기 때문이다.

 이들 세 사람은 야권통합이라는 대사를 이뤄내 가을정국에서 화려한 결실의 행보를 하려 했었다. 통합 후 자신들에게 집중될 국민의 시선, 상승곡선을 그릴 당내위상등은 이들에게 가슴벅찬 기대감을 심어줬을 법하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게 마련이듯 야권통합의 중단은 3인의 대표에게 상당한 충격을 준 것 같다. 통합작업이 속도를 낼 때만 해도 당당하던 행보가 이내 의기소침해졌다.

 통합추진의 중심축에 섰던 이기택대표야말로 특히 추락하는 감정을 느꼈을 것이다. 「돌다리도 두드리고 건넌다」는 비유가 따라다닐 정도로 신중한 그가 「정기국회전 통합」을 공언할 정도로 통합의 성사를 낙관했었다. 때문에 통합의 무산은 그에게 심리적이고 현실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무엇보다 리더십에 흠집이 생겼다. 지난 1일 최고회의가 통합작업의 중단을 결정했을 때 첫 반응은 『역시…』였다. 이대표의 장악력이나 조정능력에 회의적인 시각이 더욱 자리를 굳혀가는 인상이다. 리더십의 부재론이 확산되면 자연 비주류의 당권도전이 거세질 수밖에 없다. 통합의 여세를 몰아 당권―지자제―총선―대권의 일정을 자신이 주도하려는 구도가 차질을 빚게 된 것이다.

 돌연 잠적한 김동길대표는 통합을 결정적으로 무산시켰다는 「원죄」 만큼이나 자신의 위상에도 큰 상처를 입었다. 신민당 일각에서는 『아예 나타나지 못하게 하자』라는 인신공격까지 나오고 있다. 정치입문 후 벌써 4번째가 되는 사퇴파동은 정치지도자의 필수적 조건인 신뢰감에 결정타가 됐다. 그가 다시 대표로 복귀한다 해도 예전의 영향력을 회복하기 힘들다는 것이 중론이다.

 박찬종대표도 만만치않은 피해를 보았다. 통합이 물밑에서 활발하게 논의될 때만 해도 『서울시장후보는 그의 몫이다』는 말이 흘러나왔다. 구체적으로는 『이대표와 동교동계가 박대표를 시장후보로 밀면 떼논 당상 아니냐』는 묵계론도 있었다. 사실 여부를 떠나 그는 통합의 대의명분을 타고 통합야당의 서울시장후보에 근접할 수 있는 기회를 포착했었다.그러나 지금의 상황은 그 가능성을 봉쇄하고 있다. 민주당 최고회의가 『통합을 재개해도 시도지부의 선출이 필요한 서울시장후보는 협상조건에서 뺀다』 고 결정해버렸기 때문이다.【이영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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