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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후처리의 2중성(사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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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전후처리의 2중성(사설)

입력
1994.09.0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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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본이 과거의 침략전쟁을 반성하고 청산하겠다는 뜻으로 지난 31일 제시한 1천억엔 사업계획을 보고 피해당사자인 아시아의 여러나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우리부터 먼저 얘기하라고 한다면 과거 자민당정권보다는 적극적으로 종전 50주년을 맞아 전후처리를 매듭짓겠다는 사회당총리 정권의 노력은 인정하나 한마디로 불만이다. 우선 10년간 1천억엔의 「평화우호교류사업」을 하겠다는 약속으로 전쟁보상문제를 얼버무리고 넘어가겠다는 발상 자체부터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 보상은 어디까지나 보상이다. 그들이 국익을 도모하기위해 추진하는 외교사업과는 전혀 별개로 해결되어야할 성질의 문제다.

 그러나 일본이 제시한 평화우호교류사업은 전쟁피해당사국뿐만 아니라 불행한 과거가 없는 다른 나라와도 얼마든지 추진할 수 있는 민간 친선외교사업이다. 전쟁으로 인한 민간피해, 개인피해에 대해 국가차원, 정부차원의 보상을 회피하려는 술책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

 무라야마총리의 담화처럼 『과거 일본의 침략행위와 식민지배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참을 수 없는 고통과 슬픔을 안겨주었다』면 그런 외교적 수사에 걸맞는 보상책이 나와야 한다고 우리는 생각한다.

 더욱이 한국으로서는 종군위안부 보상계획이 빠져 있어 매우 섭섭하다. 무라야마총리는 『전시중의 강제적인 종군위안부 모집으로 인해 많은 여성들의 명예와 존엄성에 심각한 상처를 주었다』고 하면서도 구체적인 정부차원의 보상책에 언급을 회피한 것은 유감이 아닐 수 없다.

 그러면서 『폭넓은 국민 참여의 길을 모색해 나가겠다』고 민간차원으로 슬쩍 떠넘긴 처사는 평소 좋지 않은 한국인의 감정을 돌리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일본은 전후 50년 가까이 경제적 초강국으로 성장하면서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높아져 이제는 그 경제력을 바탕으로 정치적 대국을 노리며 유엔 안보리의 상임이사국 자리까지 노리는 단계에 왔다. 이러한 국제적 지위에 버금가는 도덕성과 책임감을 갖추지 못하면 아시아는 물론 다른 지역에서도 지지를 얻지 못할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때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다른 피해 당사국들은 일본의 안보리 상임이사국 진출에 찬성표를 던지기 어려운 실정이다. 전후 50주년을 앞두고 발표했다는 평화우호교류사업계획을 보면 일본측의 저의와 무성의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같아 더욱 그렇다.

 일본정부는 성심성의를 다한다고 애를 썼는지 몰라도 우리가 받는 느낌은 섭섭함 뿐이다. 이 담화를 발표한 이가라시관방장관에 의하면 『종전 50주년이 되는 내년까지 보완하고 구체화하겠다』니 그때까지 일본 정부의 양심에 한번 더 기대를 걸어보는 수밖에 없다.

 일본이 계속 이런 태도로 전후 처리문제에 접근하는 한 과거사해결시비는 앞으로 두고 두고 그칠 날이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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