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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현상·녹음독점 부작용/“잘만든 영화 되레 망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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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진공 현상·녹음독점 부작용/“잘만든 영화 되레 망친다”

입력
1994.08.3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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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질불량·잡음 일쑤… 국제영화제서 망신도/“비용현실화·민간참여로 질 높여야” 현재 영화진흥공사가 전담하고 있는 영화의 현상 및 녹음과정의 결함이 영화의 질을 떨어뜨리고 국제적인 망신을 초래하는 경우가 많아 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최근 스위스에서 개최된 제47회 로카르노영화제에 「그 섬에 가고 싶다」를 출품한 박광수감독(39)은 필름에서 나는 잡음 때문에 시사회를 중단하는 낭패를 당했다. 또 지난달 개봉된 「세상밖으로」는 현상때 필름원본에 스크래치(긁힌 자국)가 생겨 부랴부랴 보정작업을 했으나 화질이 떨어진다는 평을 들었다. 92년 제작된 강우석감독의 「미스터 맘마」도 원본에 이상이 생겨 제작자가 영화진흥공사에 거세게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영화제작과정에서 현상 녹음등은 촬영 못지않게 영화의 질을 결정하는 중요한 변수가 된다. 영화인들은 『영화진흥공사가 현상 및 녹음과정에서 필름을 잘못 다루거나 무성의하게 처리, 화질이 떨어지는 것은 물론이고 대사전달이 어려워지는등 영화를 망치는 일이 많았다』며 영화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현재 영화진흥공사가 독점하고 있는 현상과 녹음작업을 민간업자들에게 넘겨야 한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영화진흥공사는 지난 80년 이후 영화제작을 지원한다는 명분아래 저렴한 가격으로 녹음 현상등 후반작업을 독점, 민간업자들의 참여를 막아 왔다. 현재 녹음 및 현상료는 편당 2천만원내외. 이는 실비에도 못미치는 수준으로 이 때문에 민간업자들은 경쟁력을 가질 수가 없어 참여할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다.

 영화인들은 『영화진흥공사가 뻔한 인력과 시설로 연간 60∼70여편에 이르는 한국영화의 후반작업을 독점하다보니 작업의 질이 떨어진다』며 하루빨리 민간업자들이 참여, 자유경쟁을 벌일 수 있게 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한 영화인은 『한국영화의 편당제작비가 7억∼8억원에 이르고 있어 수천만원의 후반작업비는 큰 부담이 되지 않는다』며 『영상의 완성도가 영화 한편의 성패를 가늠할 수도 있는 만큼 비용을 현실화시키더라도 작업의 수준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민간업자들의 경쟁을 유도하기 위해 정부차원에서 세제혜택을 주거나 기계설비시 지원을 해주는 방안도 검토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영화진흥공사는 단계적으로 후반작업료를 인상, 민간업자들이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유도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라고 밝혔다.【김경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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