앤터니 레이크 미대통령 안보담당보좌관은 최근 어느 모임에서 『미국의 외교정책을 수립하기가 과거 어느 시기보다도 힘들다』고 토로하고 그 이유로 냉전 이후의 불확실한 정세와 미국내 고립주의 분위기를 꼽았다. 그의 발언 배경은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지난 1년여동안 미국조야는 클린턴미대통령행정부의 외교정책에 대해 『목표가 명확하지 못하며 뒤죽박죽』이라고 끊임없이 비판해 왔으며 심지어는 외교팀을 개편해야 한다는 주장도 서슴지 않았다.
레이크의 발언은 그러나 설득력이 없다. 문제는 미국의 외교전략 자체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전략이 시대흐름과 일치하지 않는데 있다. 미외교가 거듭 실책을 범하는 것은 미국의 주관적인 의도와 객관적인 현실간에, 또 의도와 실력간에 존재하는 커다란 괴리에 그 원인이 있다.
냉전 이후 국제정세의 중요한 특징은 세계가 다극화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미국은 유일한 초강대국이라고 스스로 자리매김한 뒤 다극화한 현실과는 다르게 다른 국가들에 대해 「영도역할」을 계속하려 하고 있다. 미외교가 거듭 좌절을 맛보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레이크는 1년여전 서방의 「자유시장」 「민주정치」 「가치관념」등을 전세계로 확대시켜야 한다는 「확대전략」을 제창했다. 그러나 이러한 전략은 미국과 많은 제3세계 국가들과의 관계를 긴장시켰을 뿐 아니라 일부 지역의 정세를 보다 더 악화시키고 말았다.
미국이 소말리아 유고 아이티에서 곤경에 처한 것은 스스로 원하고 있는 「세계경찰」역할에 비해 그 실력이 모자라는 현실을 반영한다.
미국이 시대조류에 역행하는 이같은 사고방식을 포기하지 않는 한 그 어려움은 더욱 더 심해질 것으로 생각된다.【정리=유동희북경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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