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인정에 감사…” 감격의 눈물/가슴졸인 6년… “동포위해 새삶”/같은처지 사람들도 기쁨에 들떠 『드디어 조국이 우리에게 넉넉한 품을 내주어 꿈에 그리던 한국인이 된다니…』
실로 오랜만에 웃어보는 함박웃음이었다. 그러나 이내 그동안의 설움이 눈물이 되어 상기된 뺨을 타고 내렸다.
27일 정부가 국내에 불법체류중인 북한국적 동포들의 영주귀국을 허용키로 하자 이영순씨(55)와 한영숙씨(51·이상 본보 8월26일자 31면 보도)는 감격에 겨워 서로 얼싸안았다.
『길가의 풀 한포기, 지하철을 가득 메운 사람들, 모든 것이 정다울 뿐입니다. 이제야 이곳이 내 조국임을 실감합니다』 『다시 태어난 인생을 저희와 같은 처지에 있는 동포들을 위해 바치겠습니다』
초로의 두 여인은 조국이 끝내 가슴을 열고 자신들을 받아들이기로 했다는 소식이 아직도 믿기지 않는듯 얼떨떨한 표정이었다.
한씨는 27일 하룻동안 천국과 지옥을 오가는 경험을 했다. 그는 이날 아침 대법원에 계류중인 주민등록증 말소처분 무효확인소송 상고심에서 패소판결을 받았다. 88년 귀국이후 6년간 버텨오면서 걸었던 한가닥 희망이 사라져 버린 것이다. 앞이 캄캄해지면서 당산동 단칸 셋방에서 하루종일 홀로 앉아 소리없는 통곡을 했다. 절망에 빠져있던 그에게 하오 늦게 전해진 영주귀국허가 방침은 꿈결에나 들어보던 낭보였다.
이씨도 정부의 영주귀국 허용방침 소식을 듣고 잠시 말을 잃은채 울음을 터뜨렸다.
이씨는 떨리는 목소리로 『3년여를 가슴 조이면서 기다렸던 소식이지만 이렇게 갑작스럽게 이루어질 줄은 꿈에도 생각못했습니다』며 『이리에 있는 남편 산소에 이번 추석에는 좋은 소식을 갖고 갈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이들은 『그동안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며 가슴아픈 일도 많았지만 늦게나마 국민으로 인정해주겠다는 정부의 용단에 감사한다』며 목이 메였다. 얼굴은 웃고 있는데도 눈물이 주체할 수 없이 흘렀다.
「불법체류자」 딱지가 붙은 신세라 이리저리 떠돌며 숨어지내는 고단한 생활을 해야만 했던 두 여인은 이제는 마음껏 털어놓아도 된다며 지난 세월의 힘겨움과 한을 토해냈다. 이들은 영주허가를 받기위해 버티면서 「북한국적자」를 「귀찮은 친척」취급하는 이 땅의 편견을 이겨내는 것이 가장 힘들었다고 고백했다. 이 땅에 찾아와 살면서 감내해야 했던 외로움도, 신분보장이 안되는 형편이라 제대로 된 직업을 갖지 못해 겪은 생활의 쪼들림도 자신들에 쏟아지는 차가운 시선보다는 작은 고통이었다.
한편 이들과 같은 처지에 있는 북한국적자들은 한결같이 반가움과 기쁨에 들떠 서로 연락을 취하며 기대에 들뜬 표정이었다.
함흥출신의 탈북자 김재흥씨(58·가명·본보 28일자 5면)는 『소식을 전해듣고 흥분속에 잠을 이루지 못했다』며 『지난 2년간 조국이 나를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으로 살아왔다』고 벅찬 감정을 누르지 못했다. 또 상해출신의 조경숙씨(50)도 『북한국적자들의 어두운 삶에 한가닥 빛줄기 같은 반가운 소식』이라며 기뻐했다.
이들은 『모든 북한국적자를 받아들일 수 없는 현실을 이해한다』며 『정부는 하루라도 빨리 형평성과 타당성을 지닌 정책을 확정, 어려움에 처한 동포들을 도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박천호·장학만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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