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 클린턴 미대통령은 피델 카스트로 쿠바국가평의회의장에게 봇물터진 쿠바 난민사태와 관련, 엄중 경고한지 일주일만에 다시 미플로리다주와 쿠바간 해협을 전면 봉쇄하는 비상계획을 선포했다. 불법적인 난민러시에 대한 미국의 우려는 이해할 만하다. 지난 80년 12만5천명의 난민을 유발했던 마리엘사태는 당시 아칸소주지사였던 클린턴대통령에게 정치적 패배를 안겨주는등 유쾌하지 못한 국내반향을 일으켰었다.
그러나 현사태가 극단으로 치닫게 된데는 미국에게도 많은 책임이 있다. 첫째로 쿠바에 대한 미국의 이중적인 정책이다. 카스트로가 위협한 내용은 쿠바주민의 불법적인 국외탈출저지를 포기하는 것으로 또 한번의 난민대량유입을 몰고 올 수 있는 것이다. 카스트로는 미국이 불법적인 쿠바난민에 대해 특혜를 베풀어 온 냉전식 사고 방식의 포기를 원하고 있다. 미국의 공식입장은 물론 쿠바난민처리센터에서 비자를 신청, 획득한 사람만을 환영한다는 것이다.낸시 베크 미국무부공보담당관은『미국의 난민정책은 합법적이고 안정된 이주를 장려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미국은 실제행동에서는 정반대의 태도를 보여주었다. 합법적이며 정상적인 방법으로 신청한 쿠바주민에 대한 입국은 제한하면서 불법적으로 쿠바를 탈출한 주민은 쉽게 받아들여온게 사실이다. 탈출 쿠바인은 지난 66년 제정된 쿠바난민처리법으로 합법적이고 쉽게 미국주민이 되고 있다.
이제 그간의 정책을 더 이상 고집할 수 없는 상황이 닥쳐왔다. 카스트로가 위협한 주민들이 「탈출」형태가 아니라 자신의 허가 아래 「반합법적」으로 조국을 떠나도록 방조했고 미관리들은 이를 반칙이라고 아우성치고 있다.
미국은 마리엘사태로 홍역을 치른뒤 84년 1년에 2만명까지 합법적으로 이주비자를 발급해주기로 쿠바와 협정을 맺었다. 그러나 실제 비자발급숫자는 그에 훨씬 못미쳤다. 국무부공보담당관도, 이민귀화국대변인도 그 숫자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워싱턴포스트는 합법적인 이민숫자를 최대 5천명으로 묶어왔다고 밝혔다.
워싱턴 쿠바이익대표부(미국과 쿠바는 대사관을 두고 있지 않으며 단지 상대국의 다른 나라 대사관저에 이익대표부만을 두고 있다)의 공보담당관 라파엘 다우사씨는 그 숫자가 겨우 2천∼3천명밖에 안된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탈출에 성공한 쿠바인들의 난민신청은 얼마전까지만 해도 훨씬 관대하게 처리됐다. 이민귀화국 대변인은 최근까지 쿠바난민을 「공산국가를 탈출하는 사람들은 일급대우를 받는다」는 기존원칙에 따라 처리할 것이라고 밝혔다.
냉전시대의 이러한 원칙은 아이티같은 비공산국가를 탈출하는 망명자들에게는 아무리 정치적 박해가 심했을지라도 오히려 역기능적으로 작용해왔다. 그들은 인종 종교 국적 정치적 견해 혹은 특정그룹에 소속된 이유로 박해를 받았다는 것을 증명하지 못할 경우「경제적」난민으로 간주돼 왔다.
카스트로의 위협은 명백히 미국을 궁지로 몰아넣고 있다. 양식있는 나라라면 어떻게 자발적으로 떠나는 쿠바인들은 누구나 받아들이고 필사적으로 탈출하는 아이티난민들은 거부할 수 있는가.
카스트로의 위협은 그에 대한 정치적 불만이 높은 시점서 나왔다. 미관리들은 정치적 불만세력이 조국을 떠나도록 하는 것은 쿠바에 대한 미국의 압력을 포기케 하려는 카스트로의 「계산된 음모」라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견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그러나 미국도 지난 60년부터 식량 의료품등의 생필품을 포함, 쿠바에 대해 경제봉쇄를 취함으로써 쿠바의 경제파탄에 큰 영향을 끼쳤다. 쿠바의 경제위기는 말할 것도 없이 많은 쿠바주민들에게 미국에 대한 동경을 부추겨왔다.
미관리들은 쿠바의 문제는 카스트로가 정치경제적 개혁을 거부해 온데서 비롯됐다고 주장한다. 클린턴대통령은 쿠바에 대한 제제해제나 관계정상화등을 배격함으로써 쿠바에 대해 강경책을 구사하겠다는 선거공약을 충실히 이행해왔다. 그것은 잘못된 정책이다.
이중정책을 버리고 쿠바에 대한 경제제재를 푸는 것이 양국에 이익이 된다. 이미 많은 난민으로 부담감을 느끼고 있는 미국남부지역에 또 다시 달갑지 않은 수만명의 난민이 밀려든다면 그 누구에게도 바람직하지 못한 결과를 낳을 것이다. 수용시설에도 한계가 있다. 쿠바 주민들이 조국을 떠나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도록 쿠바 경제을 지원해야 한다.
냉전은 세계 어디서나 끝났다. 왜 미국은 아직도 쿠바에 대한 냉전시대 정책을 계속하는가.【정리=조상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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