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내부에 대해서 요즘처럼 말이 많았던 적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김일성 사후 얘기가 여기저기서 요란하게 쏟아져 나오고 있다. 안으로는 대통령의 입으로부터 북한 사정에 관한 정보가 수시로 지나가는 얘기처럼 가볍게 전달되기도 하고 관계당국의 입을 빌려 유권해석이 나오기도 한다. 통일원이나 민간연구단체 그리고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도 등장해서 북한 사정을 나름대로 해설한다. 여기에 언론의 독자적 견해가 곁들여지기도 한다. 이처럼 여러 갈래의 소식통과 입을 통해서 나오는 북한 얘기들은 서로 엇갈릴 때가 많다. 나름대로 각자가 선입견에 따라 추리와 추측을 하다보니 실상에 접근하는 것도 있겠지만 빗나가고 상충되는 것도 많다. 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은 도무지 종잡을 수가 없다. 그 숱한 얘기들에 귀를 기울이다 보니 혼란에 빠지기 때문이다.
혼란을 더욱 가중시키는 것은 밖으로부터 들어오는 각종 보도와 분석들이다. 북한과 가까운 중국을 위시해서, 믿을만한 세계적 정보망을 갖춘 미국, 그리고 일본, 나아가서는 프랑스 영국등 유럽에서까지 김정일의 세습체제가 이러니 저러니 하고 떠들고 있다.
정부당국자나 관변 소식통 전문연구기관 언론등 다채로운 채널을 통해 우리에게 보도되고 있다. 그럴듯하게 보이는 것도 있지만 좀 엉뚱하다 싶은 것도 있다.
전에도 그랬지만 특히 김일성 사망후 김정일이나 북한 내부에 관해 안팎의 추측보도는 작문의 전성시대를 방불케 하고 있다. 그런 보도에 하나하나 신경을 쓰다보면 뭐가 뭔지 모를 정도로 어지럽다.
김정일의 승계가 흔들리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아무 문제가 없는 것 같기도 하다. 북한이 혼돈 상태에서 헤매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밖에서 그렇게 인식하도록 의도적으로 오도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때로는 갖게 한다.
이렇게 북한사정을 두고 미로와 미궁을 헤맬 때 우리 국민은 「어디 믿을만한 소식이 없나」하고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된다. 여기서 새삼 생각나는 곳이 바로 국가안전기획부라는 정보기관이다. 안기부에서는 무엇인가 알고 있을 것이다. 보안과 비밀유지를 생명으로 알고 있기 때문에 겉으로 말은 하지 않아도 속으로 알고는 있을 것이다. 북한 정보에 관한한 이런 믿음을 국민들은 갖고 있다.
그래서 일반국민들은 가끔 안기부의 믿을만한 정보와 분석을 듣고 싶어한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 26일 국회정보위원회에서 행한 안기부의 보고는 의미가 있는 행사였다.
북한의 인권실상이 국제사면위나 유엔인권위원회와 같은 국제단체기구에 의해서가 아니라 우리의 책임있는 정보당국에 의해서 훨씬 소상하게 밝혀졌다. 그리고 갈팡질팡하는 것으로 비쳐졌던 김정일승계도 이날 보고를 통해 이상이 없다는 쪽으로 정리되었다. 그동안 어지러웠던 머리가 다소 진정되는 것 같다.
국회를 통해서가 아니면 독자적으로라도 이런 기회가 자주 마련되었으면 좋겠다. 북한을 혼자서 잘 아는 척하는 사람들이 중구난방으로 떠들어서 생기는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서라도 한번 고려해 볼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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