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문화이자 정체성 고취 의식/기독교식으로 수용·발전시켜야” 기독교는 조상을 기리는 우리의 전통적 제례의식을 관대하게 수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을 끌고 있다. 박근원교수(한신대)와 김종수신부(천주교 중앙협의회 사무처장)등은 최근 발간된 「기독교사상」 9월호에서 이같이 강조하고 전통제례를 기독교식으로 수용해야 하는 당위성과 그 구체적인 방법에 관해 설명했다.
박근원교수는 「한국 전통제례의 기독교적 수용」이라는 제하의 글에서 『기독교, 특히 개신교는 우리 전통제례의 수용과정에 치열한 갈등을 빚어왔다. 그러나 조상을 섬기는 전통제례는 겨레의 얼, 혹은 정체성이라고 할 수 있기 때문에 단순히 우상숭배의 논리에 밀려 배척받아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박교수는 『성서속에 나타난 우상숭배는 조상의 차례상에 절을 하는 것과는 맥락이 다르다. 성서와 교회의 전통, 그리고 그 신학에 뿌리박으면서도 우리의 전통문화에 대해 개방적인 자세를 취하는 것이 성숙한 그리스도인』이라고 주장했다.
박교수는 또 『개신교가 제례를 배척하고 있기 때문에 해마다 전통명절인 설날과 추석이 되면 이방인처럼 표류하고 있다』며 『제례갈등의 신앙적 정리와 전통제례를 교회예식으로 수용하는 작업이 무엇보다도 시급하다』고 밝혔다.
「한국 천주교회와 전통적 제례의식」이라는 글을 발표한 김종수신부는 『유교의 제사의식은 단순히 조상들을 기억하는 의식으로만 끝나지 않고 생명의 연대의식, 가문과 부모님에 대한 존경심과 책임의식을 고취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그리스도교의 메시지 선포는 고유한 유산이 지닌 문화적·영적 가치를 소거하거나 감소시켜서는 안된다는 토착화 신학의 뜻에 따라 이를 교계내에 수용, 발전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김신부는 또 최근 천주교의 「상·제례 토착화연구 특별위원회」가 내놓은 교회 제례예식의 시안을 소개했다. 유교의 조상 제사의식을 참고로 한 이 시안은 곧 주교회의의 인준을 받아 교회내에서 시행될 전망이다.
기제사와 설, 한가위, 한식 등의 모든 제사와 차례 때 사용할 수 있는 이 교회제례예식은 제례를 지내는 교인들의 마음가짐은 물론 상차림, 예식의 순서까지 구체적으로 적고 있다. 예식은 「제사상 차림」 「절」 「삼제」(삼제·술을 세번 따름) 「제주의 조상에 대한 고함」등의 순서로 진행된다.
김신부는 『이 예식은 모든 천주교 신자에 대한 강제규정이 아니다. 다만 그리스도교인으로 살아가면서 유교적 전통을 따르려는 신자들에게 자유를 주려고 마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김철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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