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6일 국회정보위에 출석한 의원들은 여야 가릴 것없이 「보안」을 외쳐댔다. 『회의장을 지하로 옮기고 회의날짜도 공개하지 말아야 한다』 『보고내용의 개별공개와 자료방출은 없다』 심지어 민주당 신기하원내총무는『앞으로 정보위는 취재대상에서 제외시켜야 할 것』이라고 말하는가 하면 민자당간사인 이인제의원은『처음부터 비공개회의를 할테니 사진은 옛날 것을 써라』고 말해 보안에 집착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달 중순 미국과 독일을 시찰하고 돌아온 정보위의원들은 모두 정보위의 보안을 생명으로한 이들 나라의 운영방식에 강력한「전기충격」이라도 받은듯 했다. 정보위는 창문이 없고 이중 철제문에다 콘크리트 방호벽까지 둘러친 그쪽 나라의 회의실을 우리국회에도 설치하기 위해 국회사무처와 안기부직원을 현지에 파견할 계획이라고 한다. 의원들의 취지설명은 이렇다. 『남북관계가 중대국면에 와 있어 국가기밀보호가 어느때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정보위의 이같은 입장은「국가안보와 국민의 알권리중 어느 것이 우선하느냐」는 관점에서 생각해 봐야 한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이보다는 의원들의 사려깊지 못한 태도이다. 먼저 보안을 강조하려면 국회와 안기부에 대한 국민의 굳은 신뢰가 전제돼야 한다. 하지만 반세기가 넘는 정보기관의 역사와 20년 가까운 정보위활동 경험속에서 국민적 믿음을 쌓아온 미국과 독일의 사정이 우리와 과연 같은지는 반드시 짚어봐야 한다.
그리고 보안문제는 무조건 언론의 접근을 차단할 것이 아니라 국회차원에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해결하는게 당연하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정보위가 이런 문제들을 진지하게 논의했다는 흔적은 별로 없다. 의원들은 귀국후 불과 며칠만에 「미국과 독일 방식대로」라는 아주 손쉬운 결론을 내리고 있는 것이다.
더욱 이해하기 힘든 것은 야당의 태도이다. 13대국회부터 정보위설치를 그토록 「열망」해 왔으면서도 민주당의원들의 안기부에 대한 감시감독의지는 「보안논리」에 휩쓸려 뒷전에 밀려 버린 느낌이다. 정보위의 설립취지는 좋으나 운영방안을 놓고 여러 우려의 시각이 엄존하고 있다는 점을 의원들은 깨달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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