짚·풀 생활사박물관이 문체부에 정식 등록하고 개관한 지도 어언간 일년반이 되었다. 그동안 특별전을 두번 하였고 세번째 전시를 지금 준비 중이다. 문을 연 이후로 많은 사람들이 찾아왔다. 대부분 관람자였지만 개중에는 박물관 설립에 뜻을 둔 사람들도 상당수 있었다. 그들의 한결같은 말은 짚·풀생활사박물관이 한국의 소형박물관에 한 모델을 제시하였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우리의 관념으로 박물관은 무조건 크고 넓어야 한다고만 생각했는데 그 고정관념을 깨고 소형박물관의 가능성을 명확히 보여 주었다는 것이다.
그들의 말을 통해 나는 우리 사회에 의외로 유물 수장가가 많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그들은 한결같이 그 유물을 사회에 공개하기를 바라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들은 오랜 세월 많은 노력을 기울여 유물을 수집해왔다. 세상에서 흔히 말하는 소위 투기로서가 아니라 진정 사라져가는 우리 문화에 대한 깊은 애정으로 수백점, 많게는 수천점을 수집하였다. 그들의 수집품은 현재 골방 또는 어두운 창고에 첩첩이 쌓인 채 처박혀 있다. 그것은 모두 우리의 공동자산이요 연구자료이며 공개될 때 귀중한 관광자원이 될 수 있다.
수장가들이 유물을 쉽게 공개하지 못하는 데에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공개하려면 박물관을 설립해야 하는데, 걸맞는 건물과 그것을 유지할 유지비의 마련이 어려운 것이다. 건물은 소형박물관이니까 최소한 2백평 정도면 된다. 사회공공건물로 치면 정말 하잘 것 없는 규모이지만 막상 개인이 따로 마련하자면 그리 만만한 것은 아니다. 다음 유지비는 아주 절약하여도 2백만∼3백만원은 있어야 한다. 이 두 가지 여건만 어느 정도 충족이 된다면 아끼는 유물을 기탄없이 공개하겠다는 것이 그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고기를 잡으려면 낚싯밥을 드리워야 한다. 유물을 한갓 물고기에 비유해 좀 안됐지만 어쨌든 우리 사회가 해저 깊숙이 가라앉아 있는 저 유물들을 지상에 끌어 올리려면 이제쯤 뭔가 확실한 방법을 찾아야 할 것 같다.
지렁이 반토막을 던져 월척을 낚아 올릴 수 있다면 꽤 수지맞는 일이라 하지 않겠는가.<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장>인병선·짚·풀생활사박물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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