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사파·공안정국 등 매번 공방/정책비판 넘어 인신공격까지 여야가 요즘들어 거친 말을 주고 받고 있다. 특히 주사파논쟁, 신공안통치공방, 정부의 대북정책혼선, 평양시내 전단살포사실 공개등 연이은 문제를 둘러싸고 한달째 소모적 논쟁을 벌이고 있다.
대학내에 주사파가 있다는 박홍 서강대총장의 발언이 처음 나왔을 때만 해도 여야는 대체로 『놀랍다』는 비슷한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박총장의 발언이 계속되고 정당에도 주사파가 있다는 주장이 보도되면서 여야는 날카로운 신경전에 돌입, 최근에는 급기야 감정싸움의 양상까지 보이고 있다.
박총장이 정당에 주사파가 있다는 주장을 펴기 전에도 여야는 소위 「신공안통치」를 놓고 약간씩 티격태격했다. 지난 12일 이기택 민주당대표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신공안통치」라며 정부·여당을 비난하자 민자당은 즉각 『상투적인 정치공세』라고 맞받아쳤다. 게다가 『친북세력에까지 관용을 보이는 것이 마치 민주주의의 본령인 것처럼 주장하는 것은 정치지도자로서의 무지를 드러낸 것』이라고 공격했다. 발끈한 민주당은 다음날 『이대표가 하지도 않은 말을 왜곡날조해 용공음해하고 있다』고 반격을 가했다.
박총장의 「정당내 주사파」 발언 이후 양당은 주사파문제를 놓고 본격적인 치고받기에 들어갔다. 민주당은 『선의의 피해자를 막기 위해 검찰이 박총장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동시에 박총장의 잇단 발언과 정부·여당의 태도에 「의도적인 연결」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구심을 표명했다. 반면 민자당은 『박총장의 언급은 국가적 위기에 경각심을 주는 것』이라며 싫지 않은 듯한 반응을 보였다.
주사파문제가 조문파동에 이어 전반적인 보수화경향을 불러 일으킬 것을 우려해오던 민주당은 자신들이 직접적 피해를 입게 될 처지에 놓이자 강력한 반격에 나섰다. 연일 성명과 논평을 통해 박총장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정부·여당을 몰아쳤다. 대선당시 「색깔론」에 시달렸던 민주당으로선 위기의식을 한껏 느끼는 듯했다. 때문에 야당은 박총장이 『여당에도 주사파가 있다』는 발언을 하자 본격적인 대여공세에 나섰다.
난처해진 민자당은 박총장 발언에 대한 구체적 대응보다는 『사상적 오염이 심각한 현 상황에서 경각심을 주는 내용들』이라며 원론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주사파논쟁이 다분히 정부·여당에 의해 조장된 측면이 있다고 인식하고 있는 민주당은 다른 측면에서 논쟁을 계속 끌어가고 있다. 이민주대표는 지난 22일 『박총장의 발언을 검찰은 즉시 조사했어야 했다』면서 『박총장 발언을 이용하고 뒷받침한 검찰은 책임을 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뒤이어 검찰을 비롯한 정부에 대한 민주당의 대공세가 이어졌다. 민주당은 22일 국회법사위에서 검찰총장의 출석을 강력히 요구한데 이어 23일 문공위에서는 박총장 발언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따졌다. 민주세력을 「관제주사파」로 만들려 한다고 정부·여당을 공격하기도 했다.
민자당도 이에 대해 『관제주사파 주장은 체제내 정당의 한계를 넘어서는 지극히 위험하고 무책임한 논리』라며 『정부의 정당한 법집행을 비방해 결국 주사파를 비호한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반격했다.【정광철기자】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