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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가족(장명수칼럼: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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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쟁하는 가족(장명수칼럼:1713)

입력
1994.08.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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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요즘 학생들은 서로가 경쟁대상이어서 진정한 친구를 갖기 어렵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고교 시절에는 대학입시라는 치열한 경쟁을 뚫기 위해 우정이고 뭐고 생각할 겨를이 없고, 대학에 가서는 각자 진로를 놓고 고민하느라고 고교시절 못지않은 압박감에 시달린다. 경쟁이 심한 세계에서 능력이 비슷한 같은 또래는 항상 잠재적인「적」이다. 학교에서는 그렇다 치고, 가정에서는 어떨까. 비슷한 나이의 형제들 사이에서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경쟁심리 역시 전보다 한층 심해지고 있을까.

 많은 부모들은 자녀들 사이의 경쟁심이 우려할 정도로 날카롭고, 특히 결혼하여 각기 배우자를 맞았을 경우에는 부모가 일거일동에 신경을 써야할 정도라고 말한다. 큰 며느리와 작은 며느리, 큰 사위와 작은 사위, 며느리와 사위대접에 조금이라도 차이가 나면 금방 불화가 생긴다는 것이다. 『어머니 동서만 위해 주시니 섭섭해요』라고 며느리가 불평하고, 『왜 형부에게만 잘해주세요?』라고 둘째 딸이 불평하고, 『이집에서는 형과 형수만 제일입니까』라고 다른 아들들이 불평한다는 것이다.

 유산상속 문제에 이르면 더욱 복잡해진다. 현행 민법은 아들과 딸의 상속분을 똑같이 규정하고 있는데, 막상 출가한 딸이 아들과 똑같은 재산을 물려받겠다고 권리를 주장하면 갈등이 일어나기도 한다. 그 재산이 결국 사위에게 간다는 생각에서 미리 딸에게 「재산상속 포기각서」를 받는 부모가 있는가 하면, 재산이 며느리에게 가는것보다는 내 딸에게 가는것이 낫다는 생각에서 딸의 상속분을 챙겨주는 부모도 있다.

 경쟁심이 심한 형제자매들은 상속문제로 다투다가 법정으로 가기도 한다. 변호사들은 이런 소송이 적지 않으며, 큰 돈이 아닌데도 다른 형제에게 가는것을 못참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여동생이 어머니의 현금을 관리하다가 어머니 사후에 독차지했다고 소송을 낸 오빠, 자신에게 법정 상속분을 안주기 위해 오빠가 재산을 빼돌렸다고 고소한 여동생도 있다. 이런 일들이 친 형제자매 사이에서도 일어난다. 『부모가 빈손으로 세상을 떠나면 자녀들이 한마음으로 울지만, 재산을 잘못 배분하고 떠나면 자녀들이 원망하고 싸운다』고 한다.

 인간이 한평생 살아가면서 가장 다스리기 힘든 감정이 경쟁심과 질투다. 우리는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 더 노력하고, 도전도 하고, 힘도 얻지만, 그것을 알맞게 소화하기란 나이든 사람들도 쉽지 않다. 아이들은 점점 더 경쟁이 심해지는 사회를 살게 될테니 일찍부터 남에게 지지 않으려는 마음을 키워줘야 한다고 요즘 부모들은 믿고 있다. 그러나 양보와 사랑과 공동체의식을 배우는 첫 교육장인 가정에서조차 그들이 경쟁하려고만 한다면 어떻게 될까. 부모들 먼저 경쟁 강박관념에서 벗어나 자녀들 사이를 바로 봐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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