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립자 물리학 “세계적 권위”/40년역사… 연구학자 5천명 소립자 물리학은 유럽 각국이 상호 협력을 통해 미국 구소련 일본을 제치고 단연 독보적인 권위를 누리고 있는 과학기술 연구분야다.
소립자물리학은 물질의 근본 구조, 다시 말해 분자나 원자를 구성하는 각종 소립자를 추적하고 그 입자들의 상호운동과 관련 에너지작용 등을 연구하는 현대물리학의 최첨단분야다.
유럽이 소립자물리학분야에서 미국 일본등을 제치게 된 배경은 스위스와 프랑스 접경지대에 자리잡은 CERN(유럽원자력연구센터)의 존재 덕분이다.
CERN이 생긴 동기와 운영방식을 보면 EU(유럽연합) 통합과 똑같은 발상, 즉 「뭉치면 살고 흩어지면 죽는다」는 원리에서 출발했음을 알 수 있다.
2차세계대전이 끝난 직후 잿더미속에서 대부분 유럽국가들은 어느 나라도 첨단과학 연구에 필요한 설비나 자금을 지원해 줄 형편이 못됐다. 당시 유럽의 과학자들은 현대식 연구장비를 갖춘 미국으로 뿔뿔이 떠나고 있었다.
이같은 상황을 맞아 유럽 12개국은 나라마다 기금을 보태 함께 연구하는 연합작전을 펴기로 합의했다. 1954년 스위스 제네바부근의 작은 부락인 메이랭에 당시로서는 최첨단과학인 「핵물리학」의 연구를 지원하기 위해 소립자 가속기를 설치하고 공동기구로 CERN을 출범시켰다.
CERN은 이후 발전을 거듭해 89년에는 세계 최대규모인 총연장 27의 전자―양전자(POSITRON) 충돌가속기(LEP)를 가동했다. 가속기를 설치한 총연장 27의 원주형 터널은 4분의 3이 프랑스, 4분의 1은 스위스땅밑 50∼1백50에 각각 자리잡아 국경을 뛰어넘은 「유럽의 단결」을 실감나게 하고 있다.
CERN은 지난해 연구운영비로 10억스위스프랑(6천5백억원)을 투입했다. 현재 16개 회원국(EU미가입국인 스위스와 폴란드, 오스트리아등 포함) 외에도 미국 CIS 중국 일본등 세계 각국의 물리학자 5천여명이 모여 연구작업을 진행중이어서 명실상부하게 세계 최대의 기초과학 연구센터가 됐다.
미캘리포니아대에서 포스트독 과정으로 파견중인 재미교포 김휘룡박사(34)는 『80년대 중반이후 세계 소립자물리학계의 연구주도권은 CERN에 넘어왔다』며 『미국은 1백억달러이상을 들여 텍사스주에 초대형 입자가속충돌 장치를 세우려던 계획이 지난해 의회에서 좌절되자 적어도 금세기말까지는 CERN의 권위를 넘보지 못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미존스홉킨스대의 파견연구원 김량수씨(28·여)는 『현대 실험물리학의 오랜 숙제인 힉스(HIGGS)소립자의 존재여부도 CERN이 2천년대초 LHC(헤드론 충돌기)를 가동한 후에는 확인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제네바=유석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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