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투쟁설은 일반론일뿐”… 신중 대처 북한은 과연 현재 어떤 상황이며 우리 정부는 이를 어떻게 파악하고 있는가. 북한의 후계체제 공식출범이 지연되면서 이와 관련된 갖가지 첩보와 정보가 흘러나오고 있고 각국마다 엇갈리는 상황진단을 내놓는 가운데 정부도 사태파악에 애를 먹고 있는 인상이다. 이는 폐쇄사회에의 정보접근의 어려움과 권력이양의 과도기적 상황, 김정일이 계속 공식석상에 모습을 나타내지 않고 있다는 사실과 후계체제 출범이 그야말로 이상하리만치 오래 지연되고 있는 점등이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25일 이홍구통일부총리 주재의 통일안보정책조정회를 마친후 『북한의 권력승계를 둘러싼 불투명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데 대해 예의주시하고 있으며 앞으로의 상황변화에 계속 신중히 대처해 나갈 것』이라고 발표했다. 정부 당국자는 「권력승계를 둘러싼 불투명한 상황」이란 표현은 북한이 현재 김정일후계체제의 확립이 난관에 부딪칠 정도의 권력암투나 권력투쟁을 겪고 있다는 정보나 분석에 근거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김정일의 위상이나 권력체제에 큰 이상은 없다고 보여지나 권력승계 지연과 김정일타도 전단살포등 예의주시할만한 범상치 않은 상황이 있음은 틀림없다는 것이다.
북한 노동신문이 24일자에서 「위대한 혼연일체」라는 제목의 「정론」을 통해 현재의 북한상황을 「어려운 시기」라고 표현한데 대해서도 이 당국자는 『전후문맥으로 보아 권력문제와 관련된 얘기가 아니고 오히려 김정일의 지도력을 부각시키려는 의도에서 나온 것』이라고 분석했다. 경제난과 식량난 및 핵문제등에다 김일성의 사망으로 어려운 시기가 왔지만 김정일이 이를 극복할 수 있다는 뜻일 것이라는 설명이다. 사실 이런 분석은 지난 21일자 북한 중앙방송의 「후계문제와 관련한 음모가, 야심가에 대한 경고」보도를 김정일타도 전단살포와 연결시켜 권력승계에 뭔가 이상이 있다는 징후로 보던 것과는 다소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는 정부의 분석이나 판단이 일관성이 없게 보일만큼 북한상황이 유동적이라는 역설적 해석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전기침중국부총리겸 외교부장이 『북한에서 새로운 지도체제가 아직 발표되지 않은 것은 이상한 일』이라고 말한 것도 북한과 가장 가까운 사이라고 할 수 있는 중국조차 북한의 권력승계 지연을 의아하게 생각하고 있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정부는 그러나 이에 대해 북한의 권력암투 가능성을 점친 러시아쪽 보도보다는 신뢰도에 비중을 두면서도 여전히 권력승계 지연이 곧 후계체제를 둘러싼 권력투쟁이라고 보는데는 신중하다. 중국이 북한에 대해 다른 나라들보다 상대적으로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을뿐이지 북한 권력 내부문제까지는 알 수 없을 것이라는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그런가 하면 정부는 미국의 북한상황 진단에도 선뜻 동의하지 않고 있다. 한 당국자는 『미국무부가 전단관련 언급은 피한채 「김정일이 정권을 장악하지 못했음을 시사하는 어떠한 정보도 갖고 있지 않다」고 했는데 그렇다면 장악했다는 정보는 갖고 있다는 얘기냐』며 『미국은 북미회담 재개를 앞두고 북한의 신경을 자극해 회담에 장애가 생기는 일에는 끼여들지 않겠다는 생각일 것』이라고 분석했다. 김정일후계체제가 언제 공식출범할지에 대해서는 북한의 해외주재 공관원들조차 엇갈린 소리들을 하고 있어 우리 정부도 단정적인 전망을 못하고 있다. 북한의 어느나라 주재 공관원은 내달 9일 북한정권창건일로 말하고 또다른 나라 주재원은 10월10일 노동당창당일로 말한다는 것이다. 정부의 북한정세 판단은 「단발상황」에 따라 다소 흔들리고 있는게 사실이지만 아직은 권력투쟁 가능성에 대해 섣부른 전망은 내놓지 않고 있다. 가능성을 점칠 수야 있지만 권력교체기나 전환기에 암투가 일어날 수 있다는 얘기는 일반론일 뿐이라는 것이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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