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먹어없애고 병충방지… 농약 불필요/배설물은 비료로… 논물에 붕어 등 양식도/수확 양호… 가마당 16만원에도 “불티” 메뚜기, 미꾸라지, 붕어, 새뱅이(민물새우)…. 농약과 화학비료 때문에 오래전에 논에서 사라진 생물들이다. 이제는 논에서 메뚜기 미꾸라지를 잡는 낭만은 고사하고 쌀의 잔류농약이 걱정거리다.
그러나 충북 음성군 대소면 성본1리, 무공해 쌀을 생산하는 최재명씨(60)의 논에는 이런 것들이 지천이다. 여름내내 단 한번도 농약을 치지 않은 최씨의 논 6천평에서는 제법 노래진 벼이삭이 다음달 20일 추석 전후한 추수를 기다리고 있다. 올여름 극심했던 가뭄에도 워낙 지하수가 풍부한 지역이라 물걱정이 없었고 농약을 안 친지 15년째라 지력이 강해져 병충해피해도 없었다. 올해 예상수확량은 평년작인 1백가마. 농약을 친 논보다 결코 적지 않다. 보통 쌀보다 비싸게 가마(80㎏)에 16만원 이상씩 파는데도 이미 전량 예매된 상태다. 미꾸라지와 붕어도 ㎏당 1만5천원씩에 파는 일석이조를 거두고 있다.
최씨의 논은 다른 논보다 논두렁이 3배이상 높다. 농약 섞인 논물이 흘러 들어오지 않게 하기 위해서다. 또 1 높이로 흰 그물이 쳐져 있다. 미꾸라지, 붕어, 새뱅이등을 새나 고양이로부터 보호하기 위해서다. 논물 속에 채를 넣어 쓱 훌치면 미꾸라지, 붕어, 새뱅이가 가득 찬다. 노릇노릇한 미꾸라지는 시커먼 수입 미꾸라지와 한 눈에 구별된다. 붕어는 성인 손가락 길이부터 손바닥 크기까지 다양하다.
농약없는 농사에서 문제가 되는 것은 잡초와 병충해. 이 두 가지를 동시에 해결해준 것이 바로 왕우렁이다. 왕우렁이는 벼는 건드리지 않고 풀과 이끼만 먹어치우는 「효자」다. 우렁이의 배설물은 천연비료 역할까지 한다.
최씨가 농약없는 농사를 짓기 시작한 것은 80년. 담배밭에 진딧물농약을 살포하다 쓰러져 3일동안 사경을 헤맨 끝에 내린 결단이었다. 이 마을 15가구 모두가 최씨를 따라 농약과 비료없는 경작을 시도했다. 하지만 잡초와 병충해 때문에 수확은 절반가량 줄고 낟알도 작아졌다. 다시 농약을 치는 농가가 늘어나더니 몇년만에 최씨를 제외한 모든 농가가 원상태로 돌아갔다. 최씨도 잡초 때문에 속을 썩어야 했다.
그러다가 90년에 왕우렁이양식이 유행할 때 풀과 이끼가 왕우렁이의 사료로 쓰이는데 착안, 왕우렁이를 풀어 넣었다. 이어 최씨는 3년에 걸친 시행착오끝에 비닐하우스장치를 고안, 우렁이의 월동문제를 해결했다. 모내기 때 논에 풀어 넣은 우렁이는 추수직전 논물을 뺄 때 비닐하우스로 옮겨져 월동한다. 미꾸라지 붕어, 새뱅이는 논에 파둔 구덩이에서 겨울을 난다.
최씨는 『공해없는 쌀을 생산하려는 사람이면 누구에게나 이 농법을 전수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최씨의 집에는 무공해농법을 배우려는 농민들이 심심찮게 찾아온다. UR시대에 값싼 수입쌀에 대항하는 길은 무공해 쌀 뿐이라는 생각을 갖게된 「깨어있는 농민」들이다. 최씨는 추수전에 소비자들을 초대해 메뚜기·미꾸라지잔치를 벌일 예정이다.【음성=원일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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