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공관 둔 우방과 협력강화/후계공백장기화변고 등 대비 정부는 평양의 외교단지에 「김정일타도전단」이 대량살포된 것과 관련해 대북정보수집활동을 강화하는등 북한상황 파악에 주력하고 있다. 북한의 관영매체들은 현재까지 이 사건을 직접 지칭하는 일체의 보도를 하지 않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이 분명한 사실이라 해도 북한당국이 이를 발표하거나 관영매체가 이를 보도할 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다만 지난 21일 북한 중앙방송이 후계문제를 거론하며 「음모가와 야심가」에게 경고를 한 것이 그 시점이나 내용으로 보아 이 사건과 분명히 연관이 있을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북한 노동신문은 23일자에서 『김정일지도자동지는 우리식 사회주의의 운명이자 백전백승의 기치』라며 『전체 당원과 근로자들은 그가 있는한 우리식 사회주의의 위업이 반드시 승리한다는 필승의 신념을 안고 당과 수령의 두리에 더욱 일심단결해야 한다』는 내용의 사설을 실었다.
정부는 이 사설이 전단살포사건을 의식하고 나온 것인지를 예의 검토하고 있다. 정부는 이 사건이 북한 상층부의 권력투쟁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곧바로 연결시키는데는 신중한 태도이지만 북한동향이 심상치않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보고 있다.
특히 김일성생존시에 등장했던 격문이나 대자보가 대부분 공장이나 협동농장등에서 발견됐던데 비해 이번 전단은 외교단지에 뿌려졌다는 점을 주목하고 있다. 정부는 이에 따라 전단살포가 과연 권력투쟁을 의미하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대북첩보 및 정보수집활동과 평양에 외교공관을 두고 있는 우방국들과의 정보교환을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이와 함께 전단에 세습체제를 반대하는 내용이 들어 있는 점을 중시,과거 김일성생존시 김정일세습체제에 반대했던 인물들의 움직임을 추적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당초 김정일의 건강이상설과 후계체제 공식출범 지연에 따른 북한내부 이상설에도 불구하고 내달 9일 북한정권창건일에 김정일의 권력승계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았었다. 그러나 전단살포사건을 확인하면서 권력승계가 더 늦어져 10월 10일 노동당창당일에 즈음해 있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정부의 한 당국자는 지난번 김일성추도대회에 참석하기 위해 평양에 모인 북한주민들 가운데는 양권을 소지하고도 식량을 못구해 굶어 죽은 사람이 상당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그런만큼 지금 북한은 민심이 흉흉할게 분명하다는 것이다. 이 당국자는 또 북한의 국경 경비병들이 우리 국민 2명을 『밀입북했다』며 납치, 20일간 구금 조사하다가 「숙박비」등 명목으로 1천여달러를 뺏고 풀어준 사실을 들면서 『이는 북한당국의 처사라기보다 경비병 개인의 행동일 것』이라며 『그야말로 통치권 누수현상이 일어나고 있다는 증좌의 하나로 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결론적으로 정부는 김일성사망직후에 비해 북한의 동태가 예사롭지 않다는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다. 변고가능성에 대해서도 대비해야 한다는 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정부는 김일성사망후 북한 후계정권의 조기안정이 바람직하다는 입장을 밝혔었다. 지금도 이같은 대북정책에는 변함이 없다.
그렇지만 북한의 상황은 우리의 뜻에 관계없이 이상징후를 계속 나타내고 있다. 정부가 북한의 동태파악에 주력하고 있는 것도 권력승계 과정이 순조롭지 않은등 북한의 이상상황이 사실로 확인될 때 남북관계에 미칠 영향에 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대통령이 23일 저녁 민자당 초재선의원들과의 청와대 만찬에서 『북한내에 여러가지로 상당히 의미있는 움직임이 있다』고 밝힌 것도 현재 북한에 대해 파악하고 있는 각종정보를 종합해 나온 것으로 보인다.【최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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