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문제를 다루는 한국의 외교솜씨가 서툴고 거칠다는 것은 이미 정평이 난지 오래다. 개인기도 자랑할게 없는데다 팀 워크도 부실하다. 특히 외교안보를 맡고 있는 정부당국자들간의 불협화음이나 혼선은 여전히 국민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대외정책을 마련하는 과정에서는 여야정당간에 이견이 있을 수도 있고 또 같은 정부안에서도 부처간 개인간에 의견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대외적으로 구체화될 때에는 하나로 통합 조정된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만 국제사회에서나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반대로 정부의 정책이 일관성을 잃고 왔다 갔다 하거나, 부처나 관계자들끼리 손발이 맞지 않아 이랬다 저랬다할 경우 그 국가와 정부의 권위는 땅에 떨어질 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그 혼선으로 일어난 잡음과 부작용은 국가이익을 추구하는데 방해요인이다.
이런 점에서 우리는 모두가 학자출신인 지금의 외교안보팀에 대해 신중하고 현명한 대처를 주문해왔던 것이다. 특히 지난 3월말 유엔안보리의 북한제재 방안을 두고 한국외교진이 일본 중국 미국과 공조체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보여주었던 혼선은 지금도 생생하다.
그 사태를 계기로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라는 새로운 기구가 탄생되었고 그후 얼마 안가 국무총리와 통일부총리가 바뀌는 내각개편까지 있었던 것이다.
그로부터 지금까지 대체적으로 평온을 유지해왔던 외교전선에 다시 과거와 같은 이상기류가 일고 있다는 것은 유감이다. 『핵 과거의 투명성을 보장할 수 있다면 북한이 거부감을 보이고 있는 특별사찰이란 명칭과 형식에 구애받지 않겠다』는 한승주외무장관의 발언으로 일어난 파문은 결코 현시점에서 달갑지 않은 것이다.
청와대의 정종욱외교안보수석비서관이 『북한의 과거 핵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특별사찰이 이뤄져야 한다는 정부 원칙에 아무 변함이 없다』고 즉각 해명성 반박을 하긴 했지만 뒷맛은 개운치 않다.
특별사찰은 이미 김영삼대통령과 클린턴미국대통령간의 전화를 통해서 재확인된 방침인데도 한외무가 이를 뒤집는 듯한 발언을 했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정부의 기본방침을 장관이라고 해서 즉흥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생각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의 발언은 또 『특별사찰이 조건이라면 경수로 지원을 받지 않겠다』고 한 북한 외교부 발표가 있은 직후에 나온 것이어서 더욱 꺼림칙하다. 마치 기다렸다는 듯 양보를 하는 모습이다.
마침 오늘 통일안보정책조정회의가 열린다니 그 자리에서 명쾌하게 진상이 밝혀지기 바란다. 제발 이제부터는 서툰 외교적 수사나 말장난 따위로 정책혼선을 빚는 일이 없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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