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 노사분규가 23일 드디어 타결됐다. 분규가 시작된지 61일만이다. 역시 이번에도 분규가 약7천5백억원의 매출손실을 발생시킨 뒤 벼랑 끝에서 타결된 것이다. 교착상태가 보다 장기화될 것 같았던 분규가 타개된데 대해 일단 다행으로 생각한다. 그러나 불안이 남는다. 내년에 재연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현대중공업은 지난 8년동안 연중행사처럼 노사분규가 일어났기 때문이다. 국민들은 매년 반복되는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에 염증을 내고 있다. 또한 분개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사분규는 더 이상 되풀이 돼서는 안되겠다. 노사가 산업평화의 새로운 전기를 마련해야겠다. 여기에는 노사가 서로 공존공생의 동반자적 유대의식과 관계구축을 위한 진력이 과연 필요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사용자측의 보다 역동적인 개선노력도 있어야 하겠지마는 전통적으로 강성노조로 알려진 노조측의 자세변화가 있어야겠다. 현대중공업 노조도 이제는 현대자동차노조처럼 온건·합리주의의 노선으로 전환했으면 한다. 노조 본연의 목적인 조합원의 근로복지향상에 전념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
노조운동이 정치적·이데올로기적인 목적이나 색채를 갖게 되면 조합원의 이익보다는 타 목적에 역점을 두게 되고 투쟁방법도 거기에 맞춰 보다 과격하게 되기 쉽다.
현대중공업의 노사분규와 타결양상을 보면 노조측이 그만한 결과를 얻기 위해 그 만큼 오랫동안 강경한 투쟁이 과연 필요했겠는가 하는 의문을 갖게 하는 것이다. 협상이란 쌍방간의 흥정과 교섭이므로 물론 강·온 양면의 전략을 구사해 볼 수 있으나 노조측이 처음부터 합리적인 자세를 보였더라면 그만한 결과는 엄청난 손실이 없이도 쉽사리 얻을 수 있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번의 타결에서 노조측이 무노동무임금을 수용하는 대신 회사측은 ▲노조간부를 상대로 한 고소·고발의 취하 ▲근로복지기금 30억원 출연 ▲96년6월1일부터 월급제실시 ▲상여금 7백%에 직무수당추가 ▲추석귀향비 2만원 지급 ▲유상증자를 통한 우리사주배분등을 내놓아 노조측의 요구를 수정, 수용한 것이다.
회사측의 처우개선안이 실질적으로 파업기간의 임금손실을 보전하는 성격까지 띠고 있는지는 알 수 없으나 반드시 노조측의 강성투쟁 결과라고 볼 수만은 없다. 현대자동차는 파업이라는 극한투쟁을 벌이지 않고서도 조합원의 복지를 산업평화 속에 극대화하고 있다.
현대중공업 노조는 지난해에도 올해와 유사한 방식으로 타결지었다. 조합원의 복지면에서는 강성투쟁으로 더 얻은 것이 없는 것 같다. 조합 본래의 기능을 위해서는 더 이상 강성투쟁전략이 효력이 없는것 같다.
더욱이 이번의 뜨겁고 긴 파업에서는 노조원들의 다수가 조업재개를 희망, 파업지속에 강력한 반발을 보여 주었다. 현대중공업노조도 이제는 변화의 시기가 왔다는 것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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