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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미술의 해」를…(1000자 춘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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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찬 「미술의 해」를…(1000자 춘추)

입력
199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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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년이 「미술의 해」로 결정됐다는 반가운 소식을 접하며 동시에 느끼는 바도 많다. 세계화단에서 한국미술의 위상을 높이고자 치러질 국제사업중 베니스 비엔날레 한국관 설치와 태평양 비엔날레 창설, 주요미술 선진국들과 대규모 교류전등 다 좋은 사업임엔 틀림없다. 다만 시작할 때만 요란하고 나중엔 유야무야 되어버리는 한시적인 행사여서는 시작 아니하니만 못하고 지속적으로 후속예산이 뒷받침되어야만 좋은 결실을 거둘 수 있다.

 국제적인 행사는 국가의 위신과 체면이 손상되어서는 안될 일이므로 퍽 신중을 기해야 한다. 우리는 그동안 자고 깨면 얼마나 많은 「동양최고」 「세계최고」 「최대」라는 말을 들어 왔던가. 문화행사는 겉치레나 물량의 잣대로 기획되어서는 안되며 작은 나라면 작은 나라답게 모양새를 갖춰야 한다. 덮어놓고 큰 나라에서 행해졌던 사례를 따르려고 한다면 자연스럽지 못하고 부담스러울 일이요, 결코 독창적일 수가 없다.

 그렇지 않아도 일부 국민의식이 다분히 외세지향적이고 사대주의적인 면이 팽배해져 있음을 염려하지 않을 수 없으며, 특히 통일을 앞두고 그동안 북한은 우리와는 달리 너무나 폐쇄적이었기 때문에 무엇보다 민족의 동질성 회복에 많은 걸림돌이 제기될 수가 있다. 지금까지 우리는 반세기 동안 갈라져 살아왔지만 뿌리가 같으면 언젠가는 같은 꽃과 열매를 맺는다는 당연한 섭리에 따라 모든 문화정책입안의 바로미터가 우리의 고유한 정서로부터 시작되어야 한다.

 「홍콩의 스필버그」인 영화감독 서극은 세계영화시장을 공략하는 방법을 택할 때 할리우드를 닮지 않고 오직 전통적인 소재개발밖에 없음을 깨닫고 끊임없이 고대중국의 무술이나 신화적인 내용의 영화를 제작하여 공전의 히트를 쳤다. 그는 내한하여 가진 인터뷰에서 『한국도 그런 뿌리가 있지 않냐』고 넌지시 반문했다. 그의 이 코멘트는 그동안 우리가 국제화란 미명하에 겉돌기만 했던 문화정책에 일침을 가한 것이 아닐까. 끝으로 「전통을 구속으로 생각해선 안된다. 인간의 충만한 상상력이 살아 있는 전통의 무게로 지지되어 탄생한 작품은 위대하다」는 이집트 건축가 하산 하티의 말을 첨가하고 싶다.<고정수·조각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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