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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애인(장명수칼럼: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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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애인(장명수칼럼:1712)

입력
1994.08.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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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재산이 좀 있는 75세의 남자가 25세의 여자와 결혼 했대요. 그의 친구들이 부러워하면서 도대체 무슨 감언이설로 청혼을 했느냐고 물었더니 그는 「내 나이가 95살이라고 거짓말 했을뿐이야」라고 대답했답니다…』 어떤 모임에서 누가 이런 농담을 했다. 그러자 다른 부인이 이렇게 말했다. 『백화점에서 휠체어를 탄 할아버지와 젊은 여자가 쇼핑하는 것을 보았는데, 여자가 이것 사줘요, 저것 사줘요, 하는대로 할아버지는 기분좋게 다 사주더라구요. 여자는 휠체어를 밀면서 갖은 애교를 다 부리고 있었는데, 후처인지 애인인지 알수 없지만, 할아버지를 흉보고 싶지 않았어요. 자식인들 병든 아버지를 그렇게 잘 모시겠어요? 자식들에게 부담이 되느니 동반자를 구해서 즐겁게 여생을 보내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또 다른 부인은 요즘 동창들에게서 이런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어떤 노년의 신사가 동반자를 구하고 있는데, 조건은 다음과 같답니다. 대학을 졸업한 50대 여성으로 세련되고 교양이 있을것, 영어를 웬만큼 할줄 알것, 결혼여부는 상관없지만 배우자와는 사별했을것, 아들은 없고 딸만 하나 둘 정도 있을것…. 그는 결혼신고를 하지 않는 대신 자신을 죽을때까지 보살펴주는 대가로 몇억원을 내놓겠다고 한답니다』

 무슨 3류잡지 화제냐고 못마땅해하는 독자들이 있겠지만, 이 것은 오늘의 노인들이 당면하고 있는 심각한 문제중의 하나다. 남자노인들은 배우자를 잃으면 누군가의 보살핌을 받아야 하는데, 며느리나 딸에게 의탁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 경제력 있는 노인들이 며느리나 딸의 눈치를 보는 대신 「동반자」를 구하여 독립적으로 살겠다고 생각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자녀들은 아버지의 재산이 그 여자에게 넘어갈까봐 신경을 쓰고, 특히 혼인신고에는 절대 반대하게 된다. 자녀들은 혼자된 아버지를 전시대의 자녀들처럼 정성껏 모시지도 않으면서 아버지의 재산에는 간여하려는 이기적인 태도를 보이는게 보통이다. 이런 문제를 풀어가려면 노인들을 돌봐주는 다양한 노인시설과 서비스가 개발돼야 한다. 한평생 일하여 경제력이 있는데도 이런 저런 눈치를 보느라고 우울한 노년을 보낼 수밖에 없다면 부당한 일이다.

 거짓 사랑으로 남자노인들을 속여먹는 젊은 여성들도 있고, 실제로 판단력이 흐려진 노인들은 경제적인 피해를 입는 경우도 적지않다. 그러나 노인들도(남자노인뿐 아니라 여자노인들도)적극적으로 즐거운 노년을 개척하고, 자신의 경제력으로 자기 존엄성을 지킬 권리가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노년에 동반자를 구하는 일에 가족도 사회도 좀더 너그러워야 한다. 그리고 동반자를 대신하여 그를 돌봐줄수 있는 다양한 노인 서비스가 나와야 한다.<편집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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